[사건파일 성헌] 보이스피싱 연루된 40대, 항소심에서 고의성 부인 가능할까

 

Q.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다들 안 믿겠지만 정말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보다가 간단한 업무라고 해서 지원했고, 처음에는 제가 보이스 피싱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텔레그램으로 ‘간단한 돈 전달 업무’라고만 들었고, 면접도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날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미 투입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절대 다시 하지 않겠다’라고 한 이후로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제가 그 뒤에도 범행을 계속했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결국 구속이 되었습니다. 변호인의 조력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판결문을 보면 제가 공범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되어 있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범죄의 구조나 전체 계획, 다른 조직원이 누군지도 전혀 모른 채 움직였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그저 돈을 받아서 전달했을 뿐, ‘사기 범죄’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수거책의 고의성 인정 범위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저는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고, 단지 ‘고객 응대’ 업무라는 설명만 듣고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면 ‘미필적 고의’가 부정될 수는 없나요?


A.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 관계에 있어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 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 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 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 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 사실을 일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참조).”


최근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이스 피싱의 하범, 예를 들어 현금 수거책들도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데, 귀하가 텔레그램으로 간단한 돈 전달 업무만 한다고 듣고 면접도 없이 일을 현금 수거 및 전달 업무를 하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록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을 모두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돈을 수거하여 전달한 행위는 자신이 범행의 일부를 실행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외면 내지 용인한 채 위 범행에 나아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Q.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표현이 자꾸 등장하는데 이건 뭔가요?


A. 형법상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범죄의 실행 과정에 실질적이고 지배적인 역할을 하여 범죄 전체를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보이스 피싱 범죄의 경우 실제 피의자들이 본인의 역할이나 범죄 전체의 구조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가담하는 경우가 많아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은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를 다투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Q. 경찰 조사 이후에도 1건의 범행이 더 있었다는 이유로 ‘고의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는데, 이건 단순히 무지하고 겁이 많아서 저지른 행동이지, 범죄를 인식하고 공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해명은 항소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나요?


A. 법원은 피고인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 범행 전반에 관하여 그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을 모두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행동이 보이스 피싱 범행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 또는 예견하였음에도 이를 용인하면서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현금 전달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해명만으로는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사료됩니다.

 



Q. 판결문에서 말하는 ‘순차적 공모’는 제가 어떤 점에서 해당한다는 것인가요?


A. 보이스 피싱 사기 범행은 총책, 유인책, 대포통장 등의 모집 및 전달책, 현금 인출책, 수거책, 전달책 등 사이에서 순차 공모의 형태로 범죄가 행하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귀하가 반드시 보이스 피싱 사기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전기통신금융사기 가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현금 수거 및 전달책 역할을 하는 것 자체로 순차적 공모관계가 인정됩니다.



Q. 저는 실제로 받은 돈도 거의 없고, 돈을 받아도 그 즉시 송금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없을까요? 정말로 돈 받은 게 없어서 합의를 보자니 억울한 맘이 듭니다.


A. 귀하가 확정적인 고의로 보이스 피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주장할 수 있지만,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억울하더라도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Q.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었는데,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A. 보이스 피싱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배상명령신청을 하더라도 배상책임의 유무 및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각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때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을 상대로 별도로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