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수사 일선에서 근무 중인 평검사가 “실무진이 지쳐가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놨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 수사관의 현실을 외면한 제도 개편이라는 비판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 형사1부 김지혜 검사(38·사법연수원 47기)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인력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개혁 논의의 방향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검사는 “요즘 논의를 보면 경찰 따로, 검찰 따로, 법원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경찰의 미제율이 높아져 송치 기록 완결성이 떨어지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율이 높아지고, 결국 완결성 없는 기록이 기소돼 공판 검사의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완수사 요구율 증가는 다시 경찰의 부담으로, 완결성 없는 기소는 법원의 무죄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며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라고 했다.
김 검사는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달라진 현장 상황을 전했다. 경찰 기록 목록의 작성자가 경장, 경사에서 순경으로 점차 낮아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한숨만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경찰도 탓할 수 없다. 수사 외 보직이 많은 구조 속에서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흐름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개혁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김 검사는 “검찰과 경찰이 모두 버티지 못하고 지쳐가고 있는 현실은 외면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21년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축소하는 대신 경찰의 사건처리 비중이 크게 늘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일선 수사관에게 전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검사는 글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수사부서에 있지도 않았던 간부들로부터 ‘왜 노오오오력(노력의 조어)을 하지 않냐’는 지적을 듣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열심히 하는 수사관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의 피로감도 드러냈다. 김 검사는 “중간 기수 검사들이 떠나는 바람에 형사부 검사들의 사건 부담이 늘고 있다”며 “야근 수당도, 주말 수당도 없이 초임 변호사의 2분의 1~3분의 2 수준의 급여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무진들이 지쳐가고, 일부는 ‘런(run)’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체계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인력 보강 없이 베테랑 수사관과 중간 기수 검사를 순경과 초임 검사로 대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잠깐의 눈속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검사는 “검찰 대부분은 형사부이고, 형사부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는다”며 “이미 실질적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도 현실을 무시한 채 제도를 논의하는 모습은 현장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 경쟁하고 탓한다고 수사의 인력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실무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의 이름 아래 현장의 피로와 구조적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초동의 검사 출신 변호사는 더 시사법률에 “수사 현장의 실무진들이 겪는 현실적 고충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용기 있는 문제 제기라고 본다”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결국 ‘기록’과 ‘책임’을 짊어지는 건 일선 수사자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에서 수사권을 나누고, 기소권을 조정하고, 조직 개편을 논의하면서도 정작 그 무게를 견디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실무를 떠난 채 수사체계만 설계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결국 기계적인 논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