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해 줄게”… 피의자에게 2억 받은 경찰, 첫 재판서 혐의 인정

수사 무마 대가로 피의자에게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가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52)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정 경위와 함께 기소된 대출중개업자 A 씨도 이날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A 씨에게 “사건을 전부 불기소로 처리해주겠다”며 총 2억 원 이상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주소지를 정 경위 관할 경찰서로 옮기자, 정 경위는 관련 사건 16건을 불송치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이 확보한 메신저 내역에 따르면 정 경위는 A 씨에게 '무튼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나 오늘 살려주면 내일 출근해서 ○○건은 불기소로 정리해 볼게', '하나는 약속할게. A 씨 절대 구속은 안 되게 할 거야'라며 사건 처분을 언급했다.

 

정 경위는 이 과정에서 사건 기록을 유출하고, A 씨가 조사를 받은 것처럼 허위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정 경위는 사건기록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고소장과 A 씨의 계좌내역 등을 빼낸 뒤 3년간 캐비닛에 은닉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A 씨가 도주하자 4건의 사건을 수사 중지한 뒤 방치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A 씨에게 도피 자금 3,850달러(약 500만 원)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정 경위 측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했으나, 뇌물 중 일부 금액(1,500만 원)은 A 씨가 피해자에게 송금한 것이므로 수수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A 씨가 먼저 적극적으로 요청해 돈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정 경위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초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경위 측은 새 사건과 이번 재판의 병합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