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등록이 말소된 차량을 별다른 권리관계 확인 없이 ‘부활 등록’해준 공무원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저당권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 저축은행이 과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저당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에도 부주의하게 등록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실제 손해를 입었는지를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2016년 자동차 대여업체에 2억5800만여 원을 빌려준 A 저축은행은 대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업체 소유의 자동차 3대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또 다른 자동차 22대에 관해 법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폐업하면서 대여사업 등록이 취소되고, 이와 함께 저당권 및 가압류가 설정된 자동차들의 등록도 직권 말소됐다.
이후 2019년, 이 차량들을 넘겨받은 성명불상자가 과천시에 신규 등록을 신청했고, 과천시 공무원은 저당권이나 가압류 해소를 입증하는 서류 없이 차량을 ‘부활 등록’ 처리했다. 이에 A 저축은행은 저당권이 무력화돼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공무원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면서도, 실제 손해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동차 등록이 말소되더라도 저당권자는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저당권의 효력은 유지된다”며 “새 소유자가 차량을 넘겨받으면서 저당권이 실질적으로 상실됐고, 이는 손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압류의 경우는 말소 시점에 효력이 소멸하므로 별도의 손해는 없다고 봤다.
이어 “담당 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저당권이 상실된 만큼,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