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사망사고’ 30대 징역 7년 6개월 확정…도피교사 무죄

위드마크 공식만으로는 유죄 어렵다
‘합리적 의심 배제’ 원칙 재확인

 

음주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한 명을 숨지게 하고 달아난 30대 남성의 징역 7년 6개월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사고 직후 지인에게 “도피시켜달라”고 요청한 행위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전 3시 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을 몰다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20대 남성이 전치 24주의 중상을, 동승 중이던 여자친구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제한속도는 시속 50㎞였지만, A씨의 차량은 시속 128㎞로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A씨는 현장을 이탈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도주했다. 그는 “사고를 냈다. 도피시켜 달라”고 부탁한 뒤 광주 서구의 한 호텔에서 짐을 챙겨 대전으로 이동했고, 이후 현금을 사용하며 택시·공항버스 등을 이용해 인천공항과 서울을 전전하다가 이틀 만인 같은 달 26일 오후 9시 50분께 서울 역삼동의 유흥가에서 긴급 체포됐다.

 

1심 법원은 A씨가 음주운전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일부 혐의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검찰은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93% 상태로 운전했다고 주장하며 ‘위드마크 공식’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음주 사실은 인정되나,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산출은 여러 변수를 전제로 한 추산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이 언제, 얼마나, 어떤 종류의 술을 마셨는지 등에 대한 증명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당 알코올 감소치(0.008%)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판례에서 밝혀왔다(대법원 2023도147201, 2021도109232).

 

2심 재판부는 A씨의 구체적 음주 시각과 섭취량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으며, 검찰이 산출한 수치는 계산의 전제가 된 사실들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제5호에 따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범인도피교사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지인에게 ‘도피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은 형사사법의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으로서 체포를 피하려는 통상적 도피 행위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도피가 일정 기간 계속됐더라도 방어권 남용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국가의 수사권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교사 행위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원심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있더라도, 음주운전죄와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