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직 갤러리 ‘부적절 표현’에 수용자 명예훼손 고소...경찰 ‘각하’

 

디시인사이드 ‘교정직 갤러리’에 게시된 교도관의 부적절한 표현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사와 관련해, 한 수용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경찰에서 불송치(각하) 결정됐다. 문제의 표현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A씨가 본지에 보내온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게시글이 특정 수용자 또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표현의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게시 행위 자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10월 28일 디시인사이드 교정직 갤러리에 교도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솔직히 도둑놈 좀 팼다고 큰일 나는 거 하나도 없다”는 글을 게시한 사실을 전하며 교정 현장에서 수용자를 향한 비하적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A씨는 해당 표현이 자신을 포함한 서울구치소 수용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문제의 게시글과 함께 본지 보도 내용을 증거로 첨부했다.

 

경찰은 고소 내용과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성립 요건을 검토한 결과,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도5407)을 인용해 “명예훼손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며, ‘서울시민’이나 ‘경기도민’과 같은 막연한 집단에 대한 표현만으로는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합적 명사를 사용하더라도,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게시글에 사용된 ‘도둑놈’이라는 표현 역시 곧바로 고소인 개인이나 서울구치소 수용자 전체를 지칭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데다, 전후 맥락을 종합하더라도 서울구치소 수용자들을 직접적으로 지목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증거 부족도 불송치 결정의 주요 사유로 지적됐다. 고소인은 더시사법률의 기사만을 제출했을 뿐 피의자가 실제로 디시인사이드 교정직 갤러리에 해당 문구를 게시했다는 원문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게시 행위 자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범죄가 인정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 역시 불충분해 혐의없음이 명백하다”며 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표현이 부적절하거나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더라도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 특정성과 입증 가능한 증거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용자를 직접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교도관들의 언어 사용은 교정의 목적과 수용자의 사회 복귀를 고려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