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원은 구속사유가 여전히 존재하는지를 다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지, 일정한 주거가 있는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지, 도망하거나 도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재차 살펴본다. 아울러 법이 정한 필수적 고려 사항으로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함께 검토한다.
다만 이러한 사항들은 이미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한 차례 판단된 내용이므로, 법원이 기존 판단을 뒤집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구속사유가 없다는 주장을 형식적으로 반복해서는 인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떠한 사정이 ‘사정 변경’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강조할지는 사건마다, 변호사의 시각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구속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였거나, 피해가 변제되었거나, 일정한 주거가 생겼다는 등의 사정은 일반적으로 인용을 기대할 수 있는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
구속적부심사는 현실적으로 인용 가능성이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 초기 단계에서 검토해 볼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절차를 실질적인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법원의 판단 방식을 이해하는 조력이 필수적이다.
보석은 구속이 위법한지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구속 자체는 유지하되 조건을 붙여 석방함으로써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다. 보석은 원칙적으로 기소된 이후, 피고인 단계에서 청구할 수 있다. ‘피의자 보석’은 구속적부심사에서의 보증금 납입 조건부 피의자 석방 결정을 일컫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보석제도와는 구분된다.
보석의 청구권자는 구속적부심사와 동일하며, 필요적 보석이 원칙이므로 형소법 제95조 각호의 제외 사유가 없다면 법원은 반드시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 제외 사유는 ① 범죄의 중대성, ② 누범·상습범, ③ 증거인멸·증거인멸의 염려 ④ 도망·도망 염려, ⑤ 주거불명 ⑥피해자 등에 대한 가해·가해 염려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범죄란 10년을 초과하는 징역이나 금고를 의미하므로,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규정된 사기죄는 필요적 보석의 제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 도망 우려, 위해 우려 등은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기에 결국 법원의 재량이 개입되는 영역이다.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가 있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임의적 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재량이다.
한편 법원은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보석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나, 이는 강제력이 없어 사문화되었다. 따라서 심문기일을 언제 열지, 언제 결정을 내릴지조차 법원의 재량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보석은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여 구속 기간 만료 전에 재판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거나, 피고인의 건강 문제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인용 가능성이 높다.
보석이 허가되는 경우 보석조건이 함께 부과되는데, 보증금뿐만 아니라 서약서, 주거제한, 출국금지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은 취소되고 다시 구속될 수 있다.
보석 역시 신청서만 제출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고, 사건의 쟁점에 따라 필요적 보석 제외 사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거나, 임의적 보석 사유에 해당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결국 보석 절차에서도 법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