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는 6,274명으로, 전체 수용자의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을 전담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전국에 단 1명뿐이며, 상당수 시설이 화상 원격진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일 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교도소에 수용된 정신질환 수용자는 2015년 2,880명에서 2024년 6,274명으로 4배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교도소 내 정신과 상근 전문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3년 기준 서울동부구치소, 의정부교도소, 진주교도소에 각 1명씩 총 3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상근 중이었지만, 2024년 현재는 서울동부구치소에 단 1명만 남은 상태다. 강원, 충청, 전라권 교정시설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배치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본격화됐다고 지적한다. 비자의 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민간병원들이 정신병동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기 시작했고,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교도소로 내몰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신질환 관련 범죄로 수용된 인원은 2022년 5,622명에서 2023년 6,094명, 2024년 6,27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조현병, 양극성 장애, 불안장애 등 중등도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응급 상황에 놓인 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 결국 사건·사고가 터진 뒤에야 교도소로 보내는 구조가 정착됐다”며 “이때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여서 회복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우려했다.
현재 상당수 정신질환 수용자는 교정시설 내에서 원격 화상 진료로만 상담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표정, 자세, 비언어적 단서에 민감한 정신과 진료 특성상 원격 상담만으로는 임상적 한계가 명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일반 교도관이 정신질환 수용자의 일상까지 전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교정 행정의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치료·재활·재범 방지라는 교정 목적 역시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단순한 교정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 붕괴의 결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수의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보다는 ‘격리와 관리’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4년 현재 한국의 정신보건 예산은 전체 보건 예산의 1.7%로, OECD 평균(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보호자 동의 없이 법원의 판단만으로 입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치료의 필요성과 인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법률사무소 배희정 대표 변호사 “교정시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 수가 6천 명을 넘은 지금, 교도소가 ‘정신병원 대체시설’로 기능하는 현실은 중대한 위험 신호”라며 “현재와 같은 행형 중심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법입원제도 도입과 함께 응급 정신의료 인프라 확대, 출소자 대상 정신보건 연계 강화 등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