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흉악범죄에 대해 검찰이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폐지 후 대체형벌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심리에 착수한 상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미아동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면서 제도 재검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사건은 피고인 김성진 씨가 지난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마트에서 면식 없는 60대 여성을 살해하고, 또 다른 여성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검찰은 김성진이 “교도소에 가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사회로부터의 완전한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어 “선량한 시민을 향한 무차별적 공격이자, 교화 가능성조차 없는 범행”이라며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으로는 정의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1997년 이후 28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 실제 사형이 선고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흉악범 23명에 대한 집행이었으며, 이후 집행은 전무하다. 현재 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총 57명으로, 유영철·강호순·정두영 등 연쇄살인범도 포함돼 있다.
법무부는 한동훈 당시 장관의 지시로 사형집행시설 점검에 나섰고, 일부 사형수를 서울구치소 등 집행시설로 이감했으나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에는 ‘보성 어부 연쇄살인’의 오종근, ‘밀양 단란주점 살인’의 강영성 등 고령 사형수 2명이 복역 중 사망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사형 폐지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은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을 반복 채택해 왔으며, 한국도 2020년과 2022년 연속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일본은 지난달 9명을 살해한 30대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는 등 사형 유지국으로 남아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심리를 진행 중이며, 앞서 1996년과 2010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회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공식화하는 특별법안이 재차 발의됐다. 지난해 11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대체형벌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국회에 발의된 10번째 사형폐지 법안이다. 인권단체들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형제 공식 폐지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며 생명권 보호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사형제 폐지에 앞서 대체형벌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범죄 억제 효과가 불확실한 사형보다는 국가의 도덕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면서도 “현행 무기징역은 가석방 가능성이 있어 사회 복귀 위험이 상존한다.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대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