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행사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3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전 9시(현지 시각)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 시작된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함께 톈안먼 망루에 등장했다.
이들은 시 주석 내외가 베이징 고궁박물관 내 톈안먼 안쪽 광장에서 외빈을 영접하고 기념촬영을 할 때 나란히 가운데에 섰다. 이어 망루로 이동하는 중에도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시 주석이 톈안먼 망루에 올라가자 뒤이어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이 차례로 입장해 항전노병들과 인사를 나눴고, 본행사에서도 성루 중심에 함께 서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공식 석상에서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함께 자리한 것은 1991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가 소련이었을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중국 건국기념일 열병식 이후 66년만인 셈이다. 당시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섰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 중국 중심의 ‘반트럼프 연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맞서, 일본에 맞서 패배했던 과거의 굴욕을 딛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이끄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올해 80주년(전승절 행사는)은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러 결속을 약화하고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러 양국에 모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