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법관 증원 26명으로 축소 검토…법조계 “하급심부터 보강해야”

법조계 “대법관 증원 필요하지만”
“하급심 보강이 우선”... 지적
사법부 정치화 우려도 여전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당초 추진했던 대법관 증원안을 30명에서 26명으로 줄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하급심 법관 증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법부 정치화’와 인력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을 향후 3년에 걸쳐 26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식 보고된 문건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지난 6월 제시한 ‘30명 증원안’에서 4명이 줄어든 규모로, 대법원 행정처가 제기한 인력·예산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매년 3만~5만 건의 상고 사건이 몰려 업무 과중 문제가 지적돼 왔다. 증원 자체 필요성에는 법조계도 공감대를 대체로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하급심 판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만 늘리면 재판연구관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하급심, 특히 1심 판사 부족이 심각하다. 하급심 판사 수부터 증원한 다음 순차적으로 대법관까지 증원하는 것이 맞다”며 “1심 판사 증원 없이 대법관만 늘린다면 ‘사법부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대법관 지원을 위해서라도 하급심 판사 증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을 지원하는 재판연구관이 경력 10~15년 차 법관인데, 대법관을 확 늘리면 재판연구관을 대폭 끌어와야 하지 않느냐”며 “법관 수를 크게 늘려 충실하게 해둔 뒤 대법관을 늘린다면 적절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제도 구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1일 내부망에 “대법관 수를 과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 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며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고 적었다.

 

이어 “상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헌법상 재판청구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면서 대법관 증원의 규모와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할 수는 있으나 특정 재판 시점에 맞춰 언급된 점에서 의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며 “정권 성향에 맞는 대법관 임명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안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체 26명 중 22명(84.6%)을 임명하게 된다. 새로 늘어나는 12명의 대법관을 포함해 2027년 정년퇴직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2030년 3월 전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9명(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의 후임 대법관들이 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