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 비위 사실 단톡방 게시… 법원 “공익 목적” 무죄

공익성 인정되면 ‘비방 목적’ 부정…

 

교수의 성 비위 사실을 학과 단체 채팅방에 게시해 약식명령을 받았던 남성이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중 하나인 ‘비방 목적’을 부정하면서, 피해 예방을 위한 공익적 문제 제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 박혜림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A씨(53)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충남 아산의 한 대학교 법경찰학과 재학생만 참여하는 SNS 단체방에 교수 B씨의 성 비위 사실을 게시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해당글에는 “B 교수가 특정 여학생에게 성적을 몰아주고, 연구실로 불러 성추행하거나 SNS로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B 교수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다가 2023년 7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같은 해 2학기 수업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학교는 B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B 교수는 이듬해 다시 강단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신고 학생들은 “사과도 없고 재발 방지 대책도 없다”며 반발했고, 피해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던 A씨가 학과 단체방에 관련 사실을 게시한 것이다. 그는 “후배들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적었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해당 글이 B 교수를 비난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으나, 향후 같은 수업을 수강할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이 크다”며 공익적 성격을 강조했다. 이어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형법상의 요건에 더해 ‘비방 목적’이 있어야 성립한다”며 “이때 ‘비방 목적’은 단순히 평판이 훼손되는 결과가 아니라, 행위자의 주된 동기가 상대방을 해치려는 것일 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면, 비난의 결과가 따르더라도 ‘비방 목적’은 법적으로 부정된다”며 “대법원도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부수적 비방의 측면이 있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2도5376 판결 등)”고 덧붙였다.

 

또 “명예훼손죄의 또 다른 요건인 ‘공연성’도 법원은 엄격히 본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되지만, 발언 대상자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비밀 유지가 기대되는 경우에는 부정되기도 한다(수원지법 2021노5583 판결)”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