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보호복지공단, 40년째 출소자 가정 회복 돕는 ‘결혼지원사업’

복지공단, 경제난으로 결혼식 못한 부부 지원
지자체·기업 협력…주거·취업까지 사후 관리
40년간 3000쌍 넘게 정식 부부로...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사함을 마음에 간직하겠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으며,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교도소 수감 전까지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왔던 A씨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수감됐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아내 곁을 지켜주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병원 근무 속에서도 한결같이 면회를 이어갔고, 그 진심은 A씨가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출소 후 A씨는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로 성실히 일하며 재기를 꿈꿨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시작했지만 주말에만 아내를 볼 수 있어 마음의 빚은 계속됐다.

 

그는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지키고자 주말 근무가 없는 운전직으로 직장을 옮기며 ‘함께 있는 삶’을 선택했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주거지원을 통해 새 터전을 마련했다. 이후 공단의 결혼지원사업을 소개받으면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혼인신고를 마쳤다. 마침내 정식 결혼식까지 치르게 되었다.

 

A씨는 “결혼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는 소중한 시작점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결혼 지원 사업이 출소자 부부들의 새로운 출발을 돕는 사회 정착 프로그램으로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에게 예식을 지원하고, 이후 주거·취업·상담 등 사후 관리까지 연계해 재범 방지에도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3일 공단에 따르면 1982년부터 출소자 및 보호대상자의 사회 정착과 가족 기능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결혼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수감 생활이나 생계 곤란으로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부부다.

 

 

신청 시에는 출소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사실혼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각 지부 심사를 거쳐 합동결혼식 또는 개별결혼식이 지원된다. 예복과 웨딩홀, 주례 등은 지자체와 기업, 지역 인사, 자원봉사자의 후원과 재능기부로 마련된다.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자원봉사자가 혼주 역할을 맡기도 한다.

 

지난 1982년부터 2024년까지 공단이 지원한 결혼식은 총 3365쌍에 이르며, 최근에는 매년 100쌍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2024년에는 당초 112쌍이 목표였으나, 실제로는 126쌍이 결혼식을 올릴 만큼 높은 호응을 얻었다.

 

공단 관계자는 “결혼식을 통한 가정 확립은 출소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가족 유대 회복을 통해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혼 후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책임감이 향상되면서 재범률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결혼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삶의 구조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부부 프로그램, 웨딩 촬영,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거치며 서로의 마음을 다지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혼식 이후에도 공단의 사후 관리는 이어진다. 법무보호 규칙에 따라 동의한 부부에게 가족 상담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 가정에는 주거를 연계한다. 구직을 원하는 경우 취업 알선이 이어지고, 자녀에게는 학습 멘토링과 학용품, 생필품이 지원된다.

 

이 같은 연계 지원은 가정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돕고, 실제로 가족 기능을 회복한 사례가 매년 다수 보고되고 있다.

 

다만 예산 부족은 한계로 지적된다. 2024년 기준 국고 지원은 전체 사업비의 약 31%에 불과해 나머지는 법무보호위원과 기업, 지역사회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민관 협력 없이는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제도적·재정적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지원사업에 참여한 많은 부부들은 “공단 덕분에 결혼식을 올리고 새로운 삶을 다짐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A씨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함께 걷는 일상, 소박한 저녁, 그리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시간은 이들이 다시 웃을 수 있게 한 기반이었다.

 

공단은 앞으로도 결혼식을 통해 출소자 가정이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