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의준 변호사 “사법 신뢰 흔드는 건 갈등 자체보다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구조”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개혁과 권력기관 재편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권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정치권의 공개 비판이 사법부 독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혁이 실제로 제도의 균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갈등은 제도 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오히려 사법 신뢰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의준 변호사는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 갈등이 제도 안에서 조정되느냐 아니면 진영 대결의 언어로 소비되느냐에 있다고 본다.

 

권력기관 개혁 역시 특정 시기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제도의 균형과 독립성을 실제로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판결과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공세가 반복될수록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혁은 어느 진영에 유리한가가 아니라 권한 남용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가를 기준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는 개혁의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경험을 통해 쌓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채의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권력기관 개혁 논쟁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A. 이런 갈등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은 어느 정도 불가피합니다. 사법기관이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마찰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갈등이 제도적 틀 안에서 조정되느냐, 아니면 서로를 향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느냐입니다. 최근 상황은 후자의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수사와 재판이 법과 증거보다 정치적 논리로 해석되고, 사법기관의 판단이 진영 논리에 따라 평가되는 환경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권력기관 개혁 논의 역시 이런 반복 구조를 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특정 시기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급하게 제기되고, 정권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비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 수사기관과 사법부 사이의 권한 구조는 현재 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적절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그 변화가 현장에서 곧바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권한이 분산되더라도 기관 간 협조와 정보 공유가 충분하지 않거나, 새로운 구조 속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제도 개편 이후에는 원래 설계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후속 평가와 보완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습니다. 단순히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실제 운용이 균형 있게 이뤄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 개편의 구호를 반복하는 것보다, 현재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흡한 부분을 정교하게 보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치권이 특정 사건이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이어질 때, 사법부 독립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A. 판결에 대한 비판 자체를 금기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법부도 공적 감시의 대상이고, 판결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용되는 영역입니다.

 

다만 정치권의 비판은 일반 시민의 비판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주체가 특정 판결이나 사건 처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경우, 그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관 역시 사회 안에서 판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외부 시선을 의식하게 될 여지가 생깁니다.

 

더 큰 문제는 누적 효과입니다. 개별 비판 하나가 직접 판결을 바꾸지 않더라도, 정치권의 사법 비판이 일상화되면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서서히 좁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은 개별 판결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보다 제도 개선 논의의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과 사법 독립 훼손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두 가치가 본질적으로 충돌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개혁이라면 사법 독립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핵심은 개혁의 동기와 방식입니다. 제도의 균형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과, 특정 시기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추진되는 개혁은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사법부에 대한 외부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판단 기준은 분명해야 합니다. 그 개혁이 어느 진영에 유리한가가 아니라, 권한 남용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준에 부합하는 개혁이라면 사법 독립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Q. 권력기관 개혁 논의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무엇보다 개혁의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돌아보면,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보다는 정치적 유불리가 먼저 부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추진된 개혁은 제도가 바뀌더라도 신뢰로 이어지기 어렵고,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의 소재가 되기 쉽습니다.

 

또 개혁의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무엇을 왜 바꾸는지, 현재 구조의 어떤 문제가 실제로 드러났는지, 그에 대한 대안이 왜 필요한지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결과만 발표하는 식이 아니라 논의 과정 자체가 공개적이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한 번 제도를 바꾸고 끝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하는 구조도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개혁안이 연이어 제시되는 시기일수록 선언보다 운영과 검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권력기관 개혁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결국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아무리 거창하게 바뀌어도, 국민이 보기에는 여전히 권력기관이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고 느낀다면 신뢰는 생기지 않습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권력기관이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점, 즉 법과 원칙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돼야 합니다. 수사와 재판, 그리고 제도 운영 전반에서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그 결과가 투명하게 설명될 때 비로소 국민도 개혁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신뢰는 개혁의 구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실제로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경험이 축적될 때 만들어집니다. 권력기관 개혁도 그 방향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