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자격 잃고도 5400만원 챙긴 60대...벌금형

국가의 복지 제도를 악용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며 5400만여 원을 부당하게 타낸 60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기초생활보장’의 취지를 거스른 명백한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6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27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0대)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수급자 대상 기준에서 벗어났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생계·주거·의료급여 등 총 5400여만 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A씨는 과거 한부모 가정으로 지정돼 2011년부터 각종 급여를 받아왔다. 그러나 2018년 무렵 부산의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아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했다. 게다가 공사 대금으로 오피스텔 10채를 대물로 받았는데, 이 건물들은 모두 자녀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수급자가 소득이나 재산, 거주지 등에 현저한 변동이 있을 경우 즉시 관할 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2조). 이를 어기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자’로 간주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49조).

 

A씨는 소득과 재산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일정 기간 오피스텔 공사 대가로 부동산을 소유하고도 수급 자격을 유지한 것은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가 취득한 오피스텔을 자녀 명의로 돌려놓은 행위는 ‘부동산실명법’ 위반 소지도 있다. 해당 법은 조세 포탈이나 재산 은닉 등을 목적으로 타인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가 된다.

 

법무법인 예문정 정재민 변호사는 “실질적 소유자인 수급자가 자녀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숨긴 것은 복지 사각지대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부동산 명의신탁은 조세 회피뿐 아니라 복지 부정수급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어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국민에게 생계·의료·주거비 등을 지원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해 허위 신고나 재산 은닉으로 급여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변호사는 “기초생활수급은 ‘진짜로 어려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소득·재산 신고를 고의로 누락하면 국가 재정을 편취하는 것이고, 사기죄가 병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