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9차 사건 ‘누명 옥살이’ 윤동일씨 유족, 국가 상대 5억 손배소 첫 변론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숨진 고(故) 윤동일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다음 달 시작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윤 씨 유족이 제기한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오는 12월 16일로 지정했다.

 

윤 씨 유족은 지난 2023년 6월 법원에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지 2년 반 만에 첫 변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윤 씨의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해 심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4월 23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당시 그는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피해자 교복에서 검출된 정액과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살인 혐의는 벗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별도의 ‘조작된 강제추행치상 사건’을 만들어 윤 씨를 기소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수개월간 수감됐다가 출소 후 암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26세의 나이로 1997년 사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12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와 가혹행위, 자백 강요, 증거 조작 및 은폐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유족은 재심을 청구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재심 선고에서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인한 정황이 있는 점 고려하면 신빙성이 없다"며 유죄 확정 33년 만에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국가 배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