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나는 다시 접견실로 향한다

16년 동안 멈추지 않은 접견 …
가장 기본인 동시에 중요한 일

 

나는 KNN ‘더 로이어’ 촬영이 없는 날이면,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부산교도소, 오후에는 부산구치소로 접견을 간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접견을 마치고 나면 일과가 그대로 끝날 만큼 강도 높은 일정이지만, 나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지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접견을 가면 기존 의뢰인들이 다른 재소자를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변호사님은 매주 접견 오셔서 재판 준비 내용도 설명해 주시고 멘탈 관리도 해주셔서 주변에서 소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따라붙곤 한다.

 

사법시험 합격 후 16년 동안 나는 매주 1회 이상 구치소 접견을 이어왔다. 사건이 많거나 중요 사건이 몰릴 때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접견하기도 한다. 부산·경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수감자들과 화상 접견을 진행하고, 매주 접견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음 접견을 예약하는 전담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누군가는 내게 왜 그렇게까지 접견에 시간을 쏟느냐고, 사건 처리만으로도 바쁠 텐데 접견이 일정을 지나치게 잠식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구속된 피고인의 재판을 준비하는 데 있어 변호인 접견이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믿는다. 수감자에게 유일한 희망은 변호인이며, 수감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재판 준비가 이루어질 수 없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어 피고인의 진술만큼 정확한 정보는 없다. 아무리 가족이나 지인이 상황을 설명한다 해도 실체적 진실을 가장 선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당사자다. 또한 구속된 피고인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해서만 시간 제약 없이 재판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으니, 이 시간은 변호인과 피고인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로펌의 수장으로서 일주일에 하루를 온전히 접견에 사용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쉽지 않다. 소속 변호사에게 접견 업무를 맡기는 것도 어렵지 않고 실제로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변호사가 되면서 처음 품었던 마음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앞으로도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나는 접견을 마치고 나면 다음 접견까지의 일주일 동안 피고인에게 전달할 자료, 의견서, 변론 방향을 꾸준히 준비한다. 피고인이 나와의 접견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여러 사건을 경험하다 보니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피고인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얼굴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을 설명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준비한 재판의 결과가 좋을 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물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건을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남지 않으며, 피고인 역시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조금은 덜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최근 신규 상담을 위해 접견을 가보면, 선임할 때 만난 변호사와 실제 담당 변호사가 다르다거나 변호사가 한 달에 한 번도 접견을 오지 않아 불만을 호소하는 재소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미 사회와 단절된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재소자에게 담당 변호사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