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범죄 수사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와 기록, 즉 객관적 자료에 달렸다. 성범죄처럼 진술의 신빙성으로 결과가 갈리는 사건과 달리, 계약서·계좌 내역·전자정보가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 초기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에서 오랜 기간 수사·공판에 참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조언 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거래 기록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 이다. 계좌와 카드 내역, 세금 및 계약 관련 자료, 영수증, 각종 전자 문서, 이메일·메신저 기록까지 가능한 한 모두 수집해야 한다. 원본은 안전하게 보존하고, 사본은 변호인과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특히 전자정보는 삭제·편집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지화해 보관해야 한다. 수정된 흔적이 발견되어 조작 의심이 생기는 순간 증거의 증명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자료 정리가 끝났다면, 사건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특정 행위가 발생한 전후의 정황을 통해 혐의를 판단하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명확할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진다. 사건에 관여한 경위, 자금과 자료의 흐름, 각 관계자의 역할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쟁점이 분명해지고, 변호인도 정확한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경찰 조사 초기 단계에서는 즉각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 변호인 조력권은 피의자의 권리일뿐더러 실무적으로도 큰 차이를 만든다. 추측성 해명은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은 즉답을 피하고 '확인 후 답변 하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한 뒤,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강 진술로 이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확보한 자료 역시 변호인 의 검토 없이 일괄 제출해서는 안 된다. 어떤 자료는 혐의를 해소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자료는 오히려 불리한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범죄에서 방어의 핵심은 결국 ‘고의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고의는 사람의 내심에 존재하는 만큼, 직접 증명 할 수 없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다양한 간접증거를 통해 고의를 추정하려 하고, 피의자는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을 제시해 이를 깨야 한다.
자금의 최종 귀속을 추적해 피의자의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식, 또는 계좌의 실질 사용자가 본인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범죄 수익을 전혀 분배 받지 않았다면 고의 부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수익이 일부 있었다면 전체 규모 대비 비중이 미미함을 강조해 책임 범위를 좁혀야 한다.
경제 범죄 사건은 형사처벌에서 끝나지 않는다. 민사상 손해배상, 사내 징계, 금융·세무조사 등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 형사 방어와 동시에 민사·행정 리스크를 관리하 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쟁 당사자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소속 기관에 선제적으로 보고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 된다. 경제 범죄 사건에서 감정적 호소는 별다른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숫자와 기록으로 이루어진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감정 대신 논리로, 추상적 변명 대신 객관적 증거로 대응해야 한다. 초기에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치밀한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