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정시설에서 무기수 가석방 제도가 2010년 형법 개정 이후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형법 개정 이후 요건이 강화되면서 법률상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은 중단됐다는 비판이다.
19일 법무부가 발간한 20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무기수는 1709명이다. 그러나 같은 해 가석방된 무기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무기수의 가석방 요건은 2010년 형법 개정으로 대폭 강화됐다. 개정 전에는 10년 복역 후 심사 대상이 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20년 이상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가 가능하다.
반면 유기징역자는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하면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잔여 형기가 10년을 초과하면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은 유기수는 최소 30년을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가 가능해 법률상 20년 복역 후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무기수보다 오히려 더 오랜 기간 수용생활을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법적으로 20년 복역 이후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무기수를 가석방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은 무기수의 죄질과 재범 우려를 이유로 가석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만, 교정 통계는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수형자의 교정 프로그램 이수율은 62.7%였지만, 무기수의 참여율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최근 10년간 가석방된 무기수의 3년 내 재복역률은 0%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가석방 심사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교정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한 장기수·무기수에게 사회 복귀의 기회가 사실상 차단될 경우 교정과 재사회화라는 형사정책의 본래 목적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 기준과의 격차도 뚜렷하다. 유럽연합(EU)과 유엔(UN) 인권기구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비인도적 처우로 규정하고 모든 수형자에게 정기적·실질적 가석방 심사 기회를 보장하도록 권고해 왔다. 국내에서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평가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2010년 개정된 가석방 요건이 개정 이전에 무기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개정 전 ‘10년 복역 후 가석방 가능’이라는 기준이 20년으로 강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사후적으로 형벌을 가중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법조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다르다. 가석방은 형벌 그 자체가 아닌 ‘형 집행 과정에서 부여되는 행정적 처분’으로 수형자에게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가석방 요건의 강화는 형벌을 사후적으로 가중하는 것이 아니며 형벌 불소급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구법에 기초해 조기 가석방을 기대한 수형자의 신뢰 역시 법적으로 보호될 정도로 ‘확정적 권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신뢰보호 원칙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무기수 가석방 제도는 법률상 명목만 유지될 뿐 실제로는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며 “교정 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심사 체계로는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기수·무기수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려면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범 위험성·교정 성과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평가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