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지성 변호사 “중대 형사사건일수록 판례보다 사실관계의 정교한 분석이 중요하다”

액상 대마 사건 ‘혼합물’ 쟁점 최초 제기
‘피 무게 무죄’ 등 유수의 변화를 이끈 변호사
보이지 않는 1%의 가능성까지 추적

 

마약, 보이스피싱, 강력범죄처럼 중대 형사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재판 결과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실제 법정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혐의의 무게만이 아니다.

 

구성요건 해당성, 고의 인정 여부, 공모 범위처럼 세밀한 법리 검토와 함께, 사건의 사실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기존 판례와 어디서 같고 다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재판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판결문 공개와 판례 데이터 축적이 확대되면서 형사재판 실무의 분석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유사 사건의 양형 흐름과 판단 경향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결론이 자동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재판은 추상적인 법리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다.

 

안지성 변호사는 “중대 사건일수록 법리 자체보다 그 법리를 어떤 사실관계에 적용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례 분석 역시 결론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내 사건과 유사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지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중대 형사사건일수록 법리 검토와 선행 판결 분석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A. 중대 사건일수록 사실관계 정리와 함께 법리 검토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혐의를 인정하느냐 부인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구성요건 해당성이나 고의 판단, 공모 범위처럼 해석의 여지가 있는 쟁점을 세밀하게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사 판례의 흐름과 최근 재판 경향을 살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다만 판례 연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결국은 구체적 사건의 사실관계에 맞는 논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론적 논의와 실제 기록을 연결해 재판부가 수용할 수 있는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판례를 분석할 때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둘 중 하나를 고르기보다는 순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법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사실관계가 잘못 정리되면 논의 전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특히 형사사건은 같은 법리가 적용되더라도 사실관계의 작은 차이 때문에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위에서 법리 판단을 살펴야 합니다. 유사한 사실관계에서 법원이 어떤 논리로 결론에 이르렀는지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를 이해해야 실제 사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판례 분석의 핵심은 내 사건과 기존 판례가 어디서 같고 어디서 다른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 있다고 봅니다.


Q. 기존 판례와 다른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까?


A. 그런 경우는 오히려 변호인으로서 가장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판례와 다른 논리를 제시하려면 우선 왜 이 사건이 그 판례와 같지 않은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결론이 불리하다고 다른 해석을 주장하는 방식으로는 재판부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사실관계의 차이든 법리 해석의 여지든 근거가 분명해야 합니다.

 

또 상급심 판례가 확립된 사안인지, 아직 해석이 열려 있는 쟁점인지에 따라 접근도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무리하게 판례를 뒤집으려 하기보다, 해당 사건의 특수한 사정을 부각해 기존 판례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Q. 판례가 충분히 축적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은 재판 전략에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A.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판례가 많이 축적된 사건은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비슷한 사실관계에서 어떤 판단이 반복돼 왔는지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전략의 핵심은 내 사건을 유리한 판례에 최대한 가깝게 설명하거나 불리한 판례와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맞춰집니다.

 

반면 판례가 부족한 사건은 그 틀 자체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학설, 입법 취지,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자유도는 더 크지만 그만큼 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이 들고, 결과의 불확실성도 커집니다. 어느 쪽이 일률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국 논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Q. 최근 판결문 공개와 판례 데이터가 늘면서 형사재판 실무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를 체감하십니까?


A. 분명히 체감합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주요 판례 중심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하급심 판결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어 양형 흐름이나 재판부의 판단 경향을 훨씬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비슷한 사건에서 어떤 요소가 형량에 영향을 미쳤는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은 의뢰인에게 보다 현실적인 설명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분석의 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문을 많이 확보하는 것과,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데이터는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 사건 전략과 연결하느냐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중대 형사사건에서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실무적으로는 사실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법리는 대체로 일정 부분 정리돼 있는 경우가 많고, 중대 사건일수록 새로운 법리 자체보다 기존 법리를 어떤 사실에 적용하느냐가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결국 재판은 사실의 싸움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증거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건의 맥락을 어떤 순서와 언어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같은 법리 아래서도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 사건은 사실관계의 작은 차이가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형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록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고 정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물론 법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 체감하는 무게는 결국 사실관계 쪽이 더 큽니다. 그래서 중대 사건일수록 판례의 결론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사건의 구체적 사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치밀하게 따져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