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순간이지만, 결과는 무겁다

심리적 압박에 손댄 마약으로 입건
‘선택’ 이유에 대해 구조적으로 설명
회복 의지 보여준 끝에 집행유예 선고
사건 이후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 끼쳐

 

형사사건을 맡다 보면, 때로는 의뢰인의 범행 그 자체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선택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 뒤에 어떤 감정적 굴곡과 삶의 균열이 있었는지가 더 깊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있다. 이번 마약 사건 역시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의뢰인은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소규모 쇼핑몰을 꾸준히 운영하며 자신의 몫을 성실하게 다해온 사람이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상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살아왔지만, 그 겉모습 뒤에는 누구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내면의 부담과 고립된 감정이 오랜 시간 쌓여있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점점 심각해진 고부 갈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견 충돌 정도로 여겼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마음속 여유는 빠르게 사라졌다.

 

밤이면 잠을 청해도 쉽게 잠들지 못했고, 새벽까지 뒤척이기 일쑤였다. 불면이 이어지자 피로가 쌓이고, 탈모까지 진행되며 일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감정적 붕괴를 주변에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

 

가정 내 갈등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그저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스스로를 달래는 말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어느 순간 한계점에 도달했다. 심리적 압박이 극도로 커지면서 ‘이 고통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해졌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것은 두려웠으며, 상담을 받는 것은 망설여졌다.

 

그는 자신의 증세를 스스로 해결하려 인터넷을 뒤지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마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했고, 이미 지쳐있던 그의 마음은 흔들리고 말았다. 그렇게 내린 잘못된 선택은 그의 삶을 또 다른 굴곡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그는 대마를 구매해 흡연하기 시작했고, 이는 단순히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비교적 긴 기간에 걸친 반복적 행위로 이어졌다.

 

결국 수사기관의 수사망에 포착되었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대화 기록, 송금 내역 등이 남아 사건은 자연스럽게 입건되었다. 의뢰인이 처음 필자를 찾아왔을 때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구속이었다. 대마 흡연 기간이 길었고 매매를 시도한 흔적도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지만, 수사기관 관점에서는 반복성과 습관성이 강하게 문제로 비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양형 기준을 고려하면 실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사건을 검토하며 핵심을 ‘얼마나 흡연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변화가 가능한가’에 두었다. 마약 사건은 단순히 투약량이나 횟수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검사 시절 수많은 사건을 다루며 얻은 중요한 통찰은 마약 범죄의 상당수가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적된 불안, 압박, 고립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의뢰인의 경우에도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현실을 버티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잘못된 길을 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뢰인의 진술과 사건 자료를 세밀하게 검토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장기간 흡연했지만 기간 대비 실제 흡연량은 많지 않았다. 둘째, 매매를 시도한 기록은 있었지만 실제 거래로 성립된 경우는 오히려 극히 제한적이었다. 셋째, 사건 이전까지는 마약 관련 처벌 이력이 전혀 없었다. 넷째, 수사 이후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시작하며 단약 의지를 눈에 띄게 보여왔다. 이것들은 단순히 형량을 낮추기 위한 사유가 아니라 범행의 구조적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요소였다.

 

이에 필자는 의뢰인의 심리적 부담, 가정 내 갈등, 잘못된 정보 접근 방식, 범행 비전형성 등을 종합해 의견서를 작성했다. 변호인의 시각에서 선처를 구하는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의뢰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지점에 도달했는지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의 구조를 설명하는 작업이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모두 받아들였다. 반복성 부족, 거래 미성립, 범행 동기의 특수성, 재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의뢰인은 실형의 문턱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을 정비할 시간을 얻었다. 판결 이후에도 그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은 마약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단순한 법리 다툼이나 기술적 대응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정확히 분석하고 인간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잘못된 선택은 한순간이었지만, 그 이후의 변화와 회복은 꾸준한 과정이며, 그 과정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돕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임을 필자는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