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교정시설 내부의 치료 체계는 오랫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관리 중심’ 구조와 ‘방치’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국립법무병원 이송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치료 공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치료 필요성이 큰 수용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교정시설에 머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치료감호 제도, 법률과 현실의 괴리
교정 현장 역시 과중한 업무와 안전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치료감호는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있는 심신장애인·약물중독자, 성적 문제 행동으로 치료적 개입이 요구되는 장애인을 국립법무병원 등 전문 시설에 수용해 치료와 보호를 병행하는 제도다.
현행 치료감호법은 검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토대로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치료감호는 금고 이상의 형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선고할 수 있으며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률상 규정과는 달리 실제 적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법원이 검사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해야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있지만 정작 검찰의 청구 자체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수천 명 정신장애 범죄자…치료감호 청구율은 1% 미만
2024 검찰연감에 따르면 치료감호 청구 건수는 2020년 65건, 2021년 78건, 2022년 93건, 2023년 86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연간 5000~9000명에 이르는 정신장애 범죄자 발생 규모를 고려하면 치료감호 청구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립법무병원 수용 인원 역시 2020년 1027명에서 2024년 797명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가 적은 배경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제도 남용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심신미약 주장 남용 우려로 청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립법무병원이 교도소보다 더 나은 환경이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단순히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교정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는 2018년 3665명에서 지난해 6274명으로 71%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제한된 수용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수면장애·공황장애·적응장애 등 증상이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수용자가 약물 복용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치료 중단이나 방치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교도관은 “전문 치료시설에 입소해야 할 이들이 교정시설에 수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치료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정시설이 이를 떠안다 보니 교도관들이 폭행이나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의 1명이 전국 교정시설 담당…의료 인력 붕괴 수준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가 적절한 인프라 없이 장기간 수용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의 부족, 약물치료 중심 대응, 재활 프로그램 미비 등 제도적 한계는 치료보다 관리 중심 대응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료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서울동부구치소·의정부교도소·진주교도소에 각 1명씩 총 3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상근했지만, 현재는 진주교도소 1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교정시설은 원격진료와 외부 병원 이송에 의존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5월 서울대병원 전문의 1명을 서울동부구치소 원격의료센터에 파견했지만, 이 1명이 진주교도소를 제외한 전국 교정시설의 정신질환 수용자를 모두 담당하는 실정이다.
시설 인프라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정신질환 수용자 전담교도소는 진주교도소 1곳뿐이며, 대부분의 미결수는 재판 관할지와 연계된 일반 교정시설에 수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교정시설 차원의 인프라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 집행 과정에서 치료 필요성이 확인된 수용자를 국립법무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별도의 교정병원 설립 없이도 일정 수준의 치료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치료감호가 활성화될 경우 현재 국립법무병원 인력만으로는 증가하는 환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와 관계 부처의 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정신질환이나 중독 문제가 범죄와 결합한 경우 형벌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며 “수사 단계에서 전문적 정신감정이 충분히 이뤄지고 치료감호 청구 기준이 명확해져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교도소가 치료 공백을 떠안는 구조에서는 수용자 인권도, 교정 인력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다”며 “법무부가 국립법무병원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해 치료감호가 공공 안전을 위한 제도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