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형사전문 변호사 이동규입니다. 저는 주로 구속된 피고인과 그 가족들 곁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고 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거창하게 정의하기보다는, 저는 늘 이렇게 소개합니다. “인생의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나는 분들에게 건네는 작은 손난로이자,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라고요.
법정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되, 의뢰인 앞에서는 가장 편안한 대화 상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2. 변호사님의 이력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전직 교도관으로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나 직업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어린 시절 저에게 교도소는 ‘무서운 범죄자가 갇힌 곳’이 아니라, ‘아버지가 출근해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던 일터’였습니다. 아버지는 주로 수용자 상담과 교화 업무를 맡으셨는데, 퇴근 후에는 종종 “○○○ 수용자가 참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라”, “○○○ 수용자가 오늘은 이런 말을 하더라”라며 수용자들을 ‘번호’가 아닌 ‘이름과 사연을 가진 사람’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는 “죄는 미워하되,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존엄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일찍부터 체감하게 됐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금도 저는 기록 속 사건보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을 먼저 보려 합니다. 아버지가 담장 안에서 그들의 일상을 지키셨다면, 저는 담장 밖에서 죄를 지은 만큼만 책임을 지도록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제 몫이자 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접견을 갈 때 재소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를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확실히 다르다고 느낍니다. 접견실에서 투명 아크릴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면, 저는 그분들의 눈에서 ‘범죄의 흔적’보다 ‘고립감과 두려움’을 먼저 읽게 됩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건 내용부터 묻지만, 저는 "식사는 좀 넘어가십니까?", "밤에 잠은 주무십니까?"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곳의 생활이 얼마나 사람을 위축되게 만드는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법률적 조언자이기 이전에, 먼저 ‘심리적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신뢰가 쌓여야 진짜 변론도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Q4. 재판·접견·상담으로 바쁜데, 사건 분석할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실제 하루 루틴은 어떠신가요?
가족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이 아마 "우리 변호사님이 바빠서 우리 사건을 소홀히 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일 겁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 하루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낮에는 법원을 오가고 수사기관에 입회하며 발로 뜁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진짜 승부는 '해가 진 뒤'에 시작됩니다. 전화벨이 멈추고 사무실이 고요해지면, 저는 그때부터 기록을 펼칩니다.
낮에 의뢰인이 흘렸던 눈물, 가족들이 전해준 절박한 당부를 떠올리며 판례를 찾고 서면을 씁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고르느라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많습니다.
“이 한 줄이 누군가의 징역 1년을 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펜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쏟는 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의뢰인의 ‘자유를 위한 시간’이 된다고 믿습니다.
Q5. 얼마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은 면허취소 사유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 칼럼을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인정하고 빨리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은데, 변호사님은 이런 쟁점을 어떻게 발굴하고 논리를 전개하시나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며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물론 혐의가 명백하다면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게 맞지만, 수사기관의 관행적인 법 적용이나 절차적 허점까지 묵인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건 기록을 볼 때 '당연한 것'을 의심합니다. "왜 이 증거는 여기서 수집됐지?", "이 장소가 법적으로 도로가 맞나?" 집요하게 파고들어 작은 균열을 찾아내면, 그것을 대법원 판례와 법리라는 망치로 두드립니다.
설령 무죄가 나오지 않더라도, 치열하게 다투는 과정 자체가 재판부에게 "이 피고인의 권리를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그런 '깐깐한 변론'이 결국 형량을 줄이는 핵심 지렛대가 됩니다.
Q6. 형사사건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건을 전망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의뢰인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고 소통하시나요?
저는 의뢰인에게 "무조건 집행유예 나옵니다" 같은 달콤한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는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경우’, ‘현실적인 예상’, ‘최악의 시나리오’ 세 가지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그리고 말씀드립니다. "최악의 상황은 제가 막겠습니다. 현실적인 예상을 넘어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입니다.“
막연한 위로 대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드리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진정성 있는 소통입니다.
Q7. 변호사님들은 서면에 “판례”를 자세히 적곤 합니다. 판사님들이 다 아실 텐데 왜 굳이 적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판사님들이 판례를 몰라서 적는 건 아닙니다. 서면에 판례를 적는 이유는, “이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봐 달라”는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판사님들께 "이 사건은 A판례가 아니라 B판례의 논리를 따라야 합니다"라고 명확한 길을 제시하는 것이죠. 즉, 서면에 적는 판례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님, 이 논리대로 판결하시면 상급심에서도 뒤집히지 않습니다"라는 일종의 '안심 보증서'이자 강력한 설득의 도구입니다.
Q8.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사건 이후 형량 추세가 많이 변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실무 체감은 어떤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몰랐다”는 변명은 이제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초범이나 단순 가담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단순 수거책에게도 실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법원의 시선이 상당히 냉정해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감정적 대응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기망의 정도, 가담 경위, 그리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변화된 양형 기준을 정확히 읽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아주 정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Q9. 형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사건이 있었나요?
어린 남매를 키우던 한 가장의 사건이 기억납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분이었는데, 접견 때마다 본인의 형량보다 "밖에 있는 아내가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얼마나 힘들까"를 걱정하며 우셨습니다.
치열한 재판 끝에 결국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던 날, 구치소 문밖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가족의 모습을 보며, "아, 내가 구해낸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족의 우주였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10. 마지막으로, 현재 형사사건을 준비 중이거나 수사 단계에 있는 분들께 꼭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아마 인생에서 가장 춥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겁니다. 담장 안에 갇혀 있으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가족이 밖에서 눈물로 기도하고 있고, 저 같은 변호사가 당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십시오. 스스로를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 길을 찾는 과정에 제가 든든한 등불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힘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