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를 성범죄자로 허위 신고하도록 지시한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8일 무고교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의 지시에 따라 허위 고소에 가담한 회사 직원 B씨(30·여)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무고 교사죄와 사문서 위조 자체로 죄책이 무겁다. 피고인의 범행 동기, 수법, 범행 대상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재산상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혐의를 인정한 점, 피해자가 다행히 구속·기소에 이르지는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6월 지적장애가 있는 C씨 명의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 금융기관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대출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추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에게 C씨를 성범죄 가해자로 고소하라고 지시하며 “나는 도망가면 된다. 네가 처벌받지 않으려면 C씨를 성폭행범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B씨는 “흉기를 든 C씨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소 내용이 허위로 밝혀져 C씨가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법원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 누명을 씌우려 한 시도 자체의 위법성과 위험성을 무겁게 평가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에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 무고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존재하지 않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꾸며 고소장을 제출하고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이고 C씨를 형사처벌에 이르게 할 목적도 인정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A씨는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형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도록 타인을 교사한 경우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재판부는 A씨가 성범죄 고소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한 점을 들어 무고 교사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판례 역시 이러한 법리에 부합한다. 2020년 서울고등법원은 “무고 교사죄는 교사자가 범행의 세부적인 수법까지 지시할 필요는 없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허위 신고를 하겠다는 범의를 형성하게 하면 족하다”며 “허위 사실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그 진실성에 대한 의심을 인식한 상태에서 신고를 지시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원은 이 같은 법리를 근거로 A씨의 무고 교사 책임을 인정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무고 교사죄는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주도하고 허위 신고를 결의하게 했다면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될 수 있다”며 “타인의 형사책임을 전제로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