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얼굴 두 차례 발로 찬 60대, 항소심도 ‘형 면제’ 왜?

 

아파트 단지에서 반려견의 얼굴을 두 차례 발로 찬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형 면제’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동물학대 행위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이미 확정된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추가 처벌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양형부당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강원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 주민 B씨가 키우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얼굴을 두 차례 발로 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 씨는 A 씨 지인의 반려견이 달려들자 이를 발로 밀어냈고 A 씨는 이를 보고 격분해 범행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한 것으로 동물보호법상 금지된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 선고 단계에서는 ‘형 면제’를 결정했다.

 

이는 A씨가 이미 다른 범죄로 실형이 확정돼 있다는 사정이 있었다. A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특수협박죄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사건 발생 같은 해 11월 확정됐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위반 범행이 이 판결 확정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형법상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사후적 경합범은 형법 제37조 후단에 따라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이전에 저지른 다른 죄가 나중에 함께 문제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형법 제39조는 두 범죄를 동시에 재판했을 때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러 범죄가 우연히 분리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만약 두 사건이 병합돼 동시에 심리됐다면, 법원은 더 무거운 범죄를 기준으로 하나의 형을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고려된다.

 

검찰은 “동물학대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도 없다”며 “검찰이 주장한 사정 역시 1심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형사책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범죄 성립과 책임은 명확히 인정하되, 사후적 경합범이라는 특수한 법률관계에서 이미 확정된 실형과 별도로 다시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전체 형벌 체계상 형평에 반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 면제는 무죄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범죄가 성립하고 책임도 인정되지만 처벌만 면제하는 제도”라며 “이번 판단은 사후적 경합범의 입법 취지와 대법원 판례 흐름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