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리폼’은 상표권 침해일까…대법원 공개변론

 

명품 가방을 소유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리폼하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26일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는 루이비통 측과 리폼업자 측 대리인, 양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학 전문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사건은 루이비통 가방 소유자로부터 비용을 받고 가방을 해체·재조합해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으로 제작한 리폼업자를 상대로 루이비통이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리폼업자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15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핵심 쟁점은 정품을 구매한 이후 이를 가공·변형하는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다. 상표권자는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고 품질을 보증할 권리를 갖지만, 구매자는 해당 상품을 자유롭게 사용 처분할 수 있다는 ‘상표권 소진 원칙’도 함께 작용한다.

 

루이비통 측은 리폼업자가 가방을 해체해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등록상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단순한 수선이나 사용을 넘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면서 상표의 출처표시·품질보증 기능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태호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리폼 제품은 이미 리폼업자가 주문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으로 상거래에 편입됐다”며 "중고 시장에서 명품 가방 거래 시장도 활성화되어 리폼 제품이 장래에 상거래에 유통될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온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리폼업자와 루이비통은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오인하거나 혼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은 상표를 식별표지로 사용하는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상표권 소진 원칙에도 한계는 있다. 원래 상품의 동일성을 해칠 정도로 가공해 사실상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경우에는 단순한 사용이 아니라 상표를 이용한 생산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상표권 침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 판단 지점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 판결 결론에 따라 상표권의 권리 범위, 리폼 행위의 허용 여부 및 그 범위 등 상표권 관련 실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