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매개’ 독방거래 관행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정당국은 “독방거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부 교도관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지만, 변호사를 연결 고리로 한 우회적 절차와 협상 방식이 사실상 관행처럼 작동해 왔다는 제보와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서울구치소에서 독거실 배정을 빌미로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현직 교도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변호사 B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직 교도관이 독방 제공 대가로 금품과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간 ‘설’로만 돌던 구치소 내 독방거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독방 제공·사제 물품 전달…금품 수수 정황 확인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은 현직 교도관이 캄보디아 도박 사이트 총책으로 수감된 수용자에게 독방을 제공한 뒤 심부름 역할을 하며 햄버거, 불닭볶음면, 나이키 티셔츠 등 사제 물품을 전달했다.
A 교도관은 대가로 현금 수천만 원과 함께 호캉스 비용 78만 원, 운동화 5켤레 61만 원 상당, 30년산 이상 양주 9병 등 총 7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독방거래가 교도관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변호사와 브로커가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수용자가 접견 과정에서 변호인에게 전달한 쪽지를 통해 청탁 내용과 물품 목록이 외부로 전달됐고, 변호사 또는 지인이 물품을 구매해 교도관에게 전달하는 수법이 반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통 제보로 드러난 ‘변호사 매개’ 독방 배정 구조
28일 본지가 최근 한 달여간 독방거래 실태를 알고 있다는 제보자들로부터 관련 내용을 종합한 결과 거래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변호사가 개입하고 수형자가 보고문 등 공식 서류를 통해 사전에 기록을 남기는 절차가 수반됐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독방 배정과 관련한 접촉은 교도관과 수형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변호사를 매개로 이뤄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먼저 기존에 독거 중이거나 교도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수용자가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다른 수용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 이후 해당 변호사를 중심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일부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구치소 내 독방거래 방식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유되고 있었으며, 제보 내용 중에는 대형 로펌에 소속된 전직 고위 교도관 출신 C씨의 이름도 거론됐다. 다만 해당 인사가 실제로 개입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수용자는 “교도관이 직접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변호사를 매개로 한 우회적 절차를 거친다”며 “겉으로는 공식 절차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들의 공통된 주장에 따르면 변호사를 소개받은 수용자는 처우상 독거 사유를 들어 독거수용을 요청하는 보고문을 제출한다.
형식상 공식 절차에 해당하지만, 이후 절차 진행을 대비해 행정상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관구교감 면담 과정에서는 독거수용이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게 되고, 그 내용은 동태시찰 등 내부 기록으로 남는다.
이후 독거수용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은 뒤, 변호사와 교도관 간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외형상으로는 내부 판단에 따른 행정 결정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 전반에 외부 영향력이나 비공식적 개입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18년에도 드러난 독방거래…되풀이된 수법
이 같은 수법은 7년 전에도 이미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2018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가 독방 이동을 대가로 1000만 원 상당을 요구하며 병이 있는 것처럼 보고문을 작성하라고 조언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취재진이 수감자 가족인 것처럼 접근하자 해당 변호사는 “독방은 천만 원, 부가세까지 해서 1100만 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폐소공포증이 있어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는 취지로 신청서를 내면 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에서는 독방뿐 아니라 이감이나 가석방 역시 금품을 대가로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와 큰 파장을 낳았다.
이후 KBS 탐사보도를 통해 이 같은 발언과 정황이 다시 확인되면서, ‘1100만 원이면 혼거실에서 1인실로 이동할 수 있다’는 독방거래 실태가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실제 관행에 가까웠다는 점이 드러났다. 해당 변호사는 1심에서 실형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원칙적으로 수용자를 독거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혼거수용은 독거실 부족 등 시설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그러나 교정당국은 그동안 독방 부족과 과밀 수용을 이유로 독거수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KBS 탐사보도에 따르면 당시 실제 교정시설 내 독거실이 상당수 비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2017년 8월 기준 교정시설별 수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남부구치소의 경우 독거실 384개 중 109개가 공실로, 약 30%에 가까운 독거실이 비어 있었던 반면 혼거실은 대부분 만실 상태였다. 전국 교정시설을 합산하면 1900개 이상의 독거실이 비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당국은 이에 대해 “감독할 교도관이 부족해 빈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제력과 인맥을 가진 수용자들만 불법적인 독방 이동이 가능했던 구조적 배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러 단계 보고·관리”…개인 일탈로 보기 어려운 구조
이처럼 독방 배정과 가석방 모두 교도소장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에서, 변호사 접견을 통한 우회적 협상 관행이 장기간 방치돼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교정당국은 이번 사건 역시 교도관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현직 교도관은 본지에 “독방 거래는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 역시 교도관 한 명이 단독으로 벌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독거 배정은 여러 단계의 내부 보고와 관리가 수반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임의로 결정하거나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방으로 옮긴 이후에도 6개월마다 갱신 보고서와 동정관찰이 이뤄진다”며 “외부 연결 고리나 내부 묵인이 없었다면 장기간 독방 제공이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독방거래는 특정 교도관의 범죄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 교정행정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안”이라며 “독거 배정 기준과 소송 대응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