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상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공개 사과에 나섰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각료 인사와 관련해 통합과 포용의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이 후보자는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통해 “내란은 헌정사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명백히 잘못된 일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단절과 청산 그리고 통합’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직접 읽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정당 정치에 몸담으며 당파성에 매몰돼 있었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으로 촉발된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분명히 단절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 여론과 관련해서는 “오늘 드린 말씀으로 갈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답했다. 향후 정책 기조를 묻는 질문에는 “별도의 시간을 갖고 설명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자를 둘러싼 반발 여론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용납할 수 없던 내란 옹호 발언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충분히 소명하고 단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날 청와대 복귀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인사 원칙과 관련해 직접 통합과 포용을 언급하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각료 지명이나 인사에는 참으로 고려할 점이 많다”며 “내 의견과 다른 집단을 제거하겠다며 벌인 극단적 처사가 바로 내란이며 그런 사회는 어느 방향에서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또 “통합과 포용의 역할을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다름을 불편함이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더미에 그치고 모래만 모아놓아도 마찬가지”라며 “자갈과 물을 함께 모아야 콘크리트가 되듯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야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