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집행정지’와 ‘형 집행 순서 변경’이 가능한 경우는?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도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분들의 용기와 신뢰에 감사드리며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상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기에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법적 문제 앞에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이 지면을 통해 조금이나마 방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차분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더시사법률>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가족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 있는데요. 구속 전 암을 진단받았는데, 안에서 상태가 더 나빠질까 봐 무척 걱정됩니다.

 

이런 경우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는데, 그러면 바로 석방될 수 있나요? 어느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야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이 되었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 역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암이라니요. 저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질문자께서 말씀하신 ‘구속 집행정지’입니다.

 

이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구속의 집행을 멈추고 주거를 제한하여 석방하는 제도인데요.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제도가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서 단순히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을 앓고 있다거나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관적인 호소만으로는 법원의 문턱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즉, 중병에 걸렸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가서 의료적 처치, 예를 들어 정밀 검사나 수술 등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구속 집행정지는 단순히 아프다는 이유로 허용되는 제도가 아니라, 구속 상태를 유지하였을 때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되는 제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분들 가운데 폐암이나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필요성을 소명할 때도 ‘위중한 병에 걸렸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서는 안 되고 ‘현재 반드시 외부에서 특정한 의료 조치를 받아야 하는데, 구치소 내 의료 여건으로는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사정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입원 치료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기재된 전문의의 진단서나 소견서 등 구체적인 의료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만약 수감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더라도, 바깥에 나가서도 통원 치료나 약물치료를 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로 구속 집행정지는 보석과 달리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이는 구속 자체를 취소하거나 무죄를 인정하는 절차가 아니며,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건강 상태가 호전되어 집행정지 사유가 소멸되었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은 다시 구속을 집행해 수용시설로 복귀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집행정지를 허가하면서 주거 제한이나 외출 제한 등 구체적인 조건을 함께 부과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조건을 위반할 경우 집행정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유의하셔야 합니다.


Q. 저는 지금 구속 수감 중인 독자입니다. 지금 부모님이 중병에 걸려 저의 간병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니, 간병이 아니더라도 마지막 가시기 전에 한번 인사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사정도 구속 집행정지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처지가 너무 후회되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A. 가족의 중병이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은 수감된 이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 중 하나일 것입니다. 본인이 곁을 지키지 못한다는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저 역시 이런 사정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론상으로는 가족에 대한 간병 필요성 역시 구속 집행정지 사유로 주장해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피고인 본인의 질병뿐만 아니라 부모나 배우자의 중병, 혹은 자녀의 양육 문제 등 인도적으로 외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실무상으로는 인정되기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미리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 본인 질병을 이유로 한 신청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단순히 가족이 아프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피고인 본인이 아니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간병할 다른 가족이 전혀 없거나, 보호자가 없으면 생계 자체가 불가능한 아동이나 노인만 남겨지는 등의 극단적이고 불가피한 사정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해당 가족의 진단서는 기본이며, 대체 가능한 보호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서류들이 촘촘하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재판 진행의 안정성 역시 함께 저울질합니다. 아무리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라도 도주의 우려가 높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기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가족 사정으로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할 때는 절박한 사정을 호소함과 동시에 집행정지 기간 중에도 법원의 명령을 성실히 이행하고 반드시 재판에 복귀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여러 사건으로 형이 확정되면 어떤 형부터 집행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야 가석방 대상자도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어떤 형부터 받을 것인지 그 순서를 바꿀 수도 있나요?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여러 개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다 보면 어떤 사건은 이미 형이 확정되고 다른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복잡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때 형 집행 순서 변경은 수형자의 향후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두 개 이상의 형을 집행할 때 자격정지나 벌금 등을 제외하고는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때로는 수형자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질문자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가석방 요건과 관련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징역형과 벌금형의 노역장 유치가 함께 선고된 수형자가 징역형부터 살게 되면, 벌금형 집행이 끝날 때까지 징역형의 집행률이 계산되지 않아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누락되는 불이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산고등법원은 2022년, 고액 벌금형이라는 이유로 형 집행 순서 변경을 거부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하며 수형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가석방 요건 충족이라는 현실적 필요가 있다면 형 집행 순서를 조정할 수 있으며, 이를 일률적으로 불허하는 것은 검찰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처럼 형 집행 순서 변경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가석방 시점이나 형기 계산 등 수형자의 권리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만약 검찰이 변경 신청을 불허한다면, 당사자는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해당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해 이의 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수형자의 건강 상태, 가족 부양의 필요성, 가석방 심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순서 변경의 합리성을 판단합니다.

 

지금까지 구속 상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들 및 형 집행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대응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수감 생활은 그 자체로 큰 고통이지만, 법은 여러분이 처한 위기나 절차상의 불합리를 무조건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막연한 희망에 기대기보다는 정확한 법리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글도 여러분의 불안을 덜고 올바른 대응 방향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이정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시사법률> 독자 여러분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