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의 성격과 구속영장실질심사의 의미는?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도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재판에 검찰이 증거로 제출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판사가 이미 알고 있다면 판단에 반영될 수 있나요?


제 사건이 뉴스에 보도가 되어서 그렇습니다. 뉴스 기사 등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도 형량에 고려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재판을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재판부가 혹시 나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일 것입니다.


특히 질문자분처럼 언론 보도가 있었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건의 당사자라면, 판사 역시 사람인 만큼 기사나 댓글의 영향을 받지 않을지 불안해지는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우리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와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진행됩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 공판 과정에서 증거를 제출하면,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이 의견을 밝히고 다툰 뒤 법원은 공판 과정에서 적법하게 제출, 조사된 증거만을 근거로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사건과 관련된 외부 정보를 개인적으로 접했을 가능성까지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더라도, 그러한 내용은 재판의 판단 자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판결문에 기재될 수 있는 내용은 공판에서 증거로 조사된 사항에 한정되며, 검사가 제출하지 않았거나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자료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국민 정서나 여론이 양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형사 사건을 다뤄오면서 느낀 점은 판사 역시 사람이기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서는 일정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세사기 사건’입니다. 국민적 공분이 무척 컸던 이러한 사안에서는 절차가 다소 엄격하게 운영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판사가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판결에 영향이 미칠 정도에 이르려면, 단순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세사기나 ‘N번방 사건’처럼 대대적인 보도와 함께 광범위한 엄벌 여론이 형성된 경우에 해당해야 합니다. 뉴스를 접하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고 계실 당사자와 가족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얼마 전 공소장을 받고 재판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너무 간단하게 적혀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제가 진술했던 내용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제가 모르는 부분도 많이 적혀있네요. 1심 재판은 공소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던데, 수사가 잘못 진행된 것은 아닌지 너무 걱정됩니다.

 

A. 긴 조사 과정을 거친 뒤 공소장을 받아보면 몇 장 안 되는 분량에 자신이 마치 죄질이 매우 나쁜 피고인으로만 묘사돼 있어 당황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짧게 기재되어 있지?”, “내가 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러나 공소장은 검사가 사건의 전모를 정리한 기록이 아니라, 범죄 성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 사실과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내용만을 기재한 문서입니다. 법적으로도 공소장에는 범행의 일시, 장소, 방법 등 범죄를 특정하는 데 필요한 사항만을 적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를 ‘공소장 일본주의’라고 하는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판사가 검사의 일방적 주장이나 방대한 자료에 노출돼 선입견을 갖는 일을 막기 위해 법이 정해둔 것입니다.

 

즉 공소장은 혐의 사실을 간략히 정리한 문서로 이해하시면 되고,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공범이 진술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입니다. 공범과 피해자의 진술, 금융거래 내역이나 통화 기록 등은 공소장이 아니라 별도의 증거 기록에 편철되며, 재판 과정에서 적법한 증거 인부 절차를 거쳐 제출됩니다.

 

다만 공소장 내용이 간단하다고 해서 재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재판에서 다투게 될 출발선입니다. 재판은 이 공소사실을 전제로,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가 그 내용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공소장에 적힌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차분히 정리하고, 다음 스텝으로는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다툴 것인지, 아니면 인정하되 양형 사유로 주장할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해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주장한 내용이 전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꼭 공소장이 잘못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느끼는 인식과 판사가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다른 영역인 만큼,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현재 영장이 청구된 상태로 곧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혐의 사실을 다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영장실질심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 같아 굳이 출석을 원하지 않는데 심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떤 형부터 받을 것인지 그 순서를 바꿀 수도 있나요?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건에 따라서는 구속 여부의 결론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범죄에 장기간 가담했고,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관리자급 이상의 지위에 있었으며, 스스로도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면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당장의 구속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저희 의뢰인들 중에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죗값을 치르겠다”며, 질문자분처럼 영장실질심사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분들도 계십니다.

 

만약 구속영장청구서에 과장된 내용이 없고 당사자 또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 무작정 불구속을 주장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질문자분처럼 아예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진정성이 전달되기 어렵고, 오히려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에서 정한 절차에는 전부 협조하고 성실히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므로 일단 출석은 반드시 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구속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기에 불구속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량에 대해 자포자기한 것이 아니라면 이후 양형에 있어 조금이라도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구속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은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고, 실제로는 구속영장청구서에 과장되거나 다툴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범행 가담 사실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이를 확대 해석해 기재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바로잡는 작업은 이후 절차에서 당사자가 일관된 주장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데에도 중요하므로 섣불리 심사를 받을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가 직접 법관 앞에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건강 상태나 가족 부양 여부, 고정된 주거와 직업의 유무, 수사에 성실히 임해온 경과 등은 구속 필요성 판단은 물론, 향후 양형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니 단편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내리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권유드립니다.

 

형사 절차는 누구에게나 낯설고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재판을 앞두고 있거나 구속 여부가 걸린 상황에서는 작은 정보 하나에도 불안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형사 절차는 감정이나 추측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진행됩니다. 무엇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지, 어떤 단계에서 어떤 설명을 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두려움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이 복잡해 보이던 절차를 조금이나마 정리하고,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시사법률> 독자 여러분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