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과 부인,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자백과 부인은 전략적 판단에 해당
양형에 유리한 쪽으로 행동 취해야

물적 증거 있다면 섣부른 부인 금물
고의가 중요하다면 적절히 부인해야

 

형사사건에서 ‘자백’과 ‘부인’은 일견 단순한 선택처럼 보인다. 자백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고, 부인은 혐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의 현장에서 이 두 선택은 결코 단순한 진실 고백이나 부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백과 부인은 각 사건이 가진 증거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선택되어야 할 전략적 판단에 가깝다.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자백과 부인은 재판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이익과 불이익의 문제다.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을 흔히 ‘진지한 반성의 태도’로 평가한다. 실제로 양형 단계에서 자백 여부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다만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반성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선택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최근 형사사건의 상당수는 CCTV, 블랙박스, 위치정보 등 명백한 물적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특히 교통사고, 폭행, 성범죄 사건에서는 행위 자체가 영상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 초기 단계에 어떤 영상과 기록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부인을 선택하는 것은, 설령 억울한 사정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면 고소하는 측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장면만을 편집한 영상이나 대화 일부를 제출해 피해 사실을 강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 맥락을 보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기 쉬운 구조다. 이런 사건에서는 수사기관 출석에 앞서 고소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변호인과 함께 당시 상황과 전체 흐름을 면밀히 되짚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모든 범죄가 명확한 물적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의 ‘편취의 고의’,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처럼 행위자의 내면적 의사가 범죄 성립의 핵심이 되는 범죄에서는 그 고의를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다. 이런 사건에서는 객관적 행위보다 간접증거를 통해 고의를 추정하는 싸움이 벌어진다.

 

반면 더러는 실제로 범죄의 목적으로 행한 것이 아님에도 ‘부인하면 괘씸죄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부인을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추궁의 과정을 인내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자백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의자가 “별일 아니다”, “인정하면 금방 끝난다”는 말에 이끌려 자신의 진의를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자백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자백 조서는 이후 재판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로 사용되며, 한 번 꺼낸 말을 뒤집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자백과 부인의 선택은 결국 첫 공판에서의 증거동의 여부로 이어진다.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 모두 동의하면 재판은 빠르게 끝난다. 반면 부인을 선택하면 증인신문과 치열한 증거 다툼을 감수해야 한다. 판사와 검사 입장에서는 자백하는 피고인이 편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피고인에게 항상 최선의 선택인 것은 아니다.

 

공범 사건에서는 판단이 더욱 복잡해진다. 다른 공범들이 모두 자백했더라도 자신의 가담 정도가 본질적으로 다르거나 공범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면 부인을 통한 다툼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증인신문을 통해 재판부의 심증을 바꿀 수 있는지, 공범 진술에 어떤 허점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형사사건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자백할 것은 자백하되, 부인할 것은 분명히 부인하는 것이다. 포괄적·계속범의 경우 일부를 인정하고 일부를 다투는 전략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으며, 수사기관에서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가진 증거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이 균형은 사건을 충분히 고민하고 되짚는 과정 속에서만 비로소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