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사가 보낸 일주일의 기록

형사변호사는 일주일 내내 무얼 할까
접견과 기록 검토, 쟁점 정리에 매진

15000여건 수임하며 쌓아 올린 원칙
감정 아닌 정리된 사실로 방향 제시

 

월요일

월요일 새벽 5시 1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속된 의뢰인의 시간은 밖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의 아침을 연다.

 

출근 전 루틴은 늘 같다. 오늘 접견이 예정된 이들의 사건기록 핵심 쟁점을 1쪽으로 정리하고, 접견에서 반드시 확인할 질문 7개를 작성하고, 접견 후 즉시 실행할 목록을 확인한다. 오전에는 항소심 사건기록을 다시 훑었다.

 

점심 무렵, 구치소 접견을 다녀왔다. 접견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늘 같다. “오늘은 결과를 약속하러 온 게 아니라, 가능성을 계산하고 절차를 설계하러 왔습니다.” 사람들은 답을 원하지만, 나는 순서를 먼저 정한다. 나오는 길에는 오늘 접견 내용을 정리한다. 내용이 문서로 남아야 접견이 완성된다.

 

화요일

화요일은 아침부터 ‘석방’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석방을 운처럼 말하지만, 실무에서는 대개 절차와 타이밍의 문제다. 오전에는 가족 상담이 있었다. 가족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묻는다. “언제 나올 수 있나요?” 그리고 “정말 가능한가요?” 나는 그들에게 가능성의 범위를 숫자로 명확하게 설명한다.

 

오후에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책상에 사건기록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기록이 쌓이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사람도 함께 먼지 묻은 채 쌓인다. 그래서 나는 사건을 3단계로 분류해 곧장 검토한다.

 

A는 서면 검토로 즉시 국면이 바뀌는 사건, B는 추가 증거 확보가 먼저인 사건, C는 접견에서 진술 정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사건이다. 이렇게 분류해야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가 선명해진다. 밤 11시, 마지막으로 이메일·메신저를 확인한 뒤, 내일 접견 질문지를 다시 수정했다.

 

수요일

수요일은 항소이유서를 마감했다. 항소심에서 제일 위험한 건 ‘억울함’을 앞세우는 것이다. 억울함은 중요하지만, 그 감정을 재판부가 법리로 옮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항소이유서를 쓸 때 세 문장을 먼저 고정한다. ① 1심의 사실인정 중 무엇이 기록에 반하는지, ② 그 오류가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③그래서 항소심은 무엇을 다시 판단해야 하는지이다.


저녁 접견에서 의뢰인이 묻는다. “변호사님, 저 나갈 수 있나요?” 나는 솔직하게 답한다. “나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이어서 구속 사유를 깨는 방식, 양형 자료의 방향, 진술의 정리 방식 등을 설명한다. 의뢰인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다는 눈빛이었다. 이 눈빛이 내가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목요일
목요일은 아침부터 기록만 봤다. 기록을 쓸 때 나에게는 여러 규칙이 있다. 먼저, 유리한 기록은 과장하지 않고 정확히 쓴다. 불리한 기록은 숨기지 않고 분해한다. 덩어리로 두면 치명적이다. 상대 진술은 인신공격이 아닌 객관적 구조로 깨뜨린다.

 

오후에는 보석 의견서를 준비했다. 보석을 허가하는 재판부 입장에서는 ‘통제 가능성’을 문서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말 대신 주거·직업·가족, 재범 위험 평가, 출석 담보, 피해자 보호 장치 등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밤늦게 사무실에 혼자 남아 사건을 정리했다. 문득 지난 14년 동안 몇 건의 사건을 맡아왔나 헤아려 봤다. 15700건. 숫자를 가지고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정도의 기록이 쌓이는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데이터도 쌓였다.

 

금요일

금요일도 구치소 접견을 다녀왔다. 구속된 공간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정보의 공백이다. 하다못해 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공백이 공포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접견에서 희망을 팔지 않고, 이들의 공백을 지우는 데 집중한다.


오늘 접견에서도 그랬다. 시간표를 다시 만들고, 통화기록과 동선을 맞추고, 진술이 흔들린 지점을 표시했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감정이 아니라 정리된 사실로 말합시다. 그래야 재판부가 듣습니다.” 의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

토요일은 ‘정리의 날’이다. 사건기록과 접견 시 필요한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접견하면 무엇을 확인할지, 어떤 서류를 언제 넣을지, 불리한 지점은 어떻게 관리할지, 가족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지 등을 정리한다. 그렇게 하면 확률적으로 결과가 좋아진다.

 

일요일

일요일 밤, 다음 주 접견 스케줄을 정리했다. 의뢰인이 불안해할수록, 나는 더 단정하게 기록으로 답한다. 다음 접견 때 나는 또 질문지 7장을 들고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부터 함께 정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