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보안·수사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국군방첩사령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결국 해체된다.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는 8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의 방첩사 해체안을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안보·수사 기능은 군사경찰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돼 정보와 수사 권한 분리를 명확히 한다.
방첩정보 기능은 국방부 직할기관인 국방안보정보원을 신설해 방첩·방산·대테러 사이버보안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보안감사 기능은 마찬가지로 국방부 직할로 중앙보안감사단을 신설해 담당하되 군단급 이하 부대 감사 권한은 각 군으로 넘긴다. 장성급 인사검증도 기초자료 수집으로 한정된다.
인사첩보와 세평수집, 동향조사 등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기능은 이관 없이 전면 폐지된다.
국방안보정보원 수장은 문민통제를 고려해 군무원 등 민간 인력으로 임명하고 조직 규모도 방첩사보다 축소된다. 외부 통제로는 국회 보고 의무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준법감찰위원회 설치가 포함됐다.
이로써 수차례 명칭을 바꾸며 존속해 온 군 권력기관이 기능 분산과 권한 축소라는 구조적 개편 속에 4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방첩사의 뿌리는 1977년 육해공군 방첩부대를 통합해 출범한 국군보안사령부다. 보안사는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에게 직보하며 군 내부는 물론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사실상 모든 국내 정보를 장악했고, 12·12 군사반란과 이후 정치 개입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 이후 보안사는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기무사는 정치 개입 근절을 선언했지만 기능 축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도 곧 부활했다.
기무사는 이후에도 민간인 사찰과 정치 관여 논란을 반복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동향을 조직적으로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 시 계엄 선포를 전제로 한 실행계획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기무사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하며 인원 감축과 정치 개입 금지 조항을 도입했다. 그러나 업무 범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방첩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국군방첩사령부로 재출범하면서 조직과 기능은 다시 확대됐다.
결정적 폐지 계기는 2024년 12·3 비상계엄이었다. 방첩사는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여한 혐의로 핵심 축에 섰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주요 참모들도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방첩사 해체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단일 기관에 수사 정보 보안 기능이 집중된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자문위는 간판 교체나 인적 쇄신이 아닌 기능 분산과 폐지를 통한 구조 개편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세부 조정을 거쳐 연내 방첩사 해체와 기능 이관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