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호인은 의뢰인의 말을 듣는 사람이다

변호인 선임 후 후회하는 의뢰인들
대부분은 ‘잘 듣지 않는 태도’가 문제
질문하지 않고 쉽게 결론 단정한다면
내 사건 고민해줄 사람인지 생각해야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사건 그 자체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사람들의 얼굴이 더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사건이 잘 풀린 사람들은 얼굴 표정이 밝지만,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후회를 가득 안고 들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그들은 보통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혹은 재판 결과가 이미 나온 뒤에야 우리 사무실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다. 자리에 앉고, 입을 열면 듣게 되는 첫마디도 대개 비슷하다. “급해서 아무나 선임했습니다”, “다들 괜찮은 변호사라길래 믿고 맡겼습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수임료가 저렴한 변호사를 찾아 맡겼습니다” 물론 그 선택들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를 찾는 순간은 대부분 급박하다. 갑작스러운 체포와 조사 통보, 구속, 기소 등을 겪으며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고,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할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가장 눈에 띄는 것에 손을 뻗는다. 유명하다는 글귀, 승소 사례 숫자, 화려한 문구는 시선을 잡아 끌기에 무리가 없다. 문제는 형사 사건이 단기간에 끝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사부터 재판까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그 시간 내내 변호사는 의뢰인의 곁에서 법무를 대리한다. 그래서 변호사는 단순히 어려운 법률 서류를 대신 제출하는 사람은 아니다. 의뢰인의 주장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 어떤 부분을 말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급박함에 쫓겨서 내린 잘못된 선택은 그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다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그제야 ‘변호사 선임은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형사 사건을 오래 하다 보면, 사건이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가 단순히 사건 때문이 아닌 경우를 자주 본다.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을 했고, 말해야 할 때 침묵했고, 변호사는 그 흐름을 제때 잡아주지 못했다. 혹은 의뢰인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형화된 전략만 내세웠다.

 

변호사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대신해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변호사에게 법률 지식은 기본 소양이다. 그리고 그에 더해 의뢰인의 말을 듣는 자세가 어떤지, 듣고 나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결론에 대해서 섣불리 단정지어 이야기하지는 않는지 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변호사는 지양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형사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변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진행하면서도 종종 결론 내기를 미루는 편이다. 사건에 대해 인정할지, 다퉈볼지 등에 대해서도 바로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아직 자기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제대로 털어놓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사건기록을 남기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누군가에게 쫒기듯 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불안함과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무엇이 올바른 판단일지 고민하느라 당사자 본인조차도 사건의 요소요소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어렵다. 재판정에 이미 한 번 서본 의뢰인이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겁을 먹은 사람들은 말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요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해 본 적 없이 시간만 흐른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더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사건의 열쇠를 찾아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변호사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건의 맥락을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록에 없는 말, 질문 사이에 멈춘 침묵, 반복되는 표현 속에 숨어있는 이유를 읽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리 변호 전략을 잘 짜도 사건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잘못 선택했던 것 같다”고 말할 때는, 사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변호사를 찾아야 할 때, 이 사람이 내 사건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사람인지, 아니면 내 이야기를 듣고 활로를 모색해 줄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형사 사건은 한 사람의 삶과 그 가족의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지금 변호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미 선임했지만 불편함을 느껴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불편함은 대개 이유가 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말이 줄어들고, 질문이 사라지고, 재판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