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는 혐의 부인한 사건, 2심에서 인정할 경우 양형은?

 

Q. 안녕하세요. 제가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준 일이 있는데, 이후 그 돈이 사기 범행에 사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총 30명, 피해 금액은 약 2억원이며, 해당 금액은 총책이 모두 변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인들과 범죄를 공모한 적이 없습니다. 옛날에 실형을 1번 살긴 했지만 동종범죄도 아니었고,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도 대포계좌를 사용하거나 하는 일 없이 모두 저와 제 아내의 실명 계좌를 이용했습니다.

 

범죄를 공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아내와 제 계좌를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제가 범죄에 사용될 돈이라는 것을 알고 자금을 건넨 것인지, 아니면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돈을 빌려준 것인지가 쟁점이 되어 1심실형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범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고 단순히 돈을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범단 활동 혐의 대해서는 무죄가 인정되었고,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일부 유죄가 인정되어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총책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여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제가 전반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들어, 충분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고, 저도 이 점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항소심을 준비 중입니다. 당시 범죄에 사용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결론적으로 제 돈이 범죄에 사용되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제가 보다 신중하게 확인하지 못한 잘못이 있었음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당시 제 행위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고자 합니다. 제 부주의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피해자들에게 합의와 함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항소심에서 제 사정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을지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입니다. 말씀해 주신 사정을 종합해 보면,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항소심은 사실심으로서 1심 판단을 그대로 반복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전체 구조와 피고인의 역할, 그리고 형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사정들을 다시 살펴보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1심과 같이 항소심에서도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질문자님께서 돈을 건네던 당시 그 자금이 사기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까지 인식하고 있었는지입니다.


다시 말해, 질문자님이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범행을 함께 계획한 사람인지, 아니면 지인들의 행동을 제대로 의심하지 못한 채 자금을 빌려준 사람인지가 판단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님께서는 1심에서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에서 무죄를 주장하셨고, 그 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재판부 역시 질문자님의 관여 범위가 모든 혐의에 걸쳐 동일하다고 보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질문자님이 전반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고, 그로 인해 충분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형사재판에서는 범죄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의 문제와 별개로, 사건의 결과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도 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항소심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범죄에 사용될 것이라고 명확히 알지는 못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본인의 돈이 범죄에 사용되어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관하여 책임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고의 인정의 범위(미필적 고의 포함)는 증거 관계와 1심 판단 이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변호인과 함께 신중히 정리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포계좌나 차명계좌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범단 활동의 점이 무죄로 판단되었다는 것은 질문자님이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피해 금액이 사실상 모두 회복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고 추가 피해가 확산되지 않은 점, 동종 전과가 없고 과거 전과 역시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라는 사정 등도 항소심에서 양형상 고려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에는 단순히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당시에는 이상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그렇게 행동을 했었는지, 어떤 정황 때문에 지인들을 믿게 되었는지, 지금 와서 보니 어떤 부분에서 판단이 부족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의도한 것과는 달리 원심의 판결이 그대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입장 변화의 이유와 범위를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답변은 검사 항소가 없다는 전제하에 드린 답변이나,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도 그 사정만으로 항소심이 반드시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항소심은 1심 판단 전반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는 구조로 진행되므로, 질문자님의 실제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질문자님의 경우 행동 강령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점 등으로 인하여 범단 활동의 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대포계좌나 차명계좌를 사용한 정황이 없으며 범죄수익 은닉이나 조직적 가담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 등이 1심 판단을 통해 일정 부분 확인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면 부인을 계속 유지할 경우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되 공모나 주도적 가담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리한다면, 책임 범위를 오히려 명확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 여지가 생깁니다.


아울러 실제 범행을 주도한 사람과의 역할 차이, 피해 회복, 전과 관계 등 형평과 양형 사정도 함께 정리해 제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질문자님이 고민하고 계신 방향은 항소심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으며, 단순한 감형 기대가 아니라 사건의 실체와 책임 범위를 다시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과 함께 이러한 논리를 구조적으로 정리해 대응하신다면, 항소심에서 질문자님의 사정이 지금보다 더 충실히 고려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