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음주운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특히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어 ‘삼진아웃’에 걸리게 되면 법원은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면서 대부분 실형을 선고한다. 그렇다면 음주운전 삼진에 해당하면 무조건 실형이 내려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사건은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피고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법원은 단순히 ‘삼진아웃’이라는 형식적인 기준만으로 실형을 결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정황과 요소들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 즉,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 재범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 사회적 환경과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내가 실제로 맡아서 진행한 음주운전 삼진아웃 사건 중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진행한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었다. 객관적 상황과 수치만 보면 실형 가능성이 높았지만 사건 초기부터 의뢰인은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변호인의 조언에
성범죄 사건은 그 특성상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명확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범행이 주로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 제3의 목격자가 존재하기 힘들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말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피해자의 진술은 사실상 재판의 핵심 증거가 되어 판결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진술’을 언제나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의 기억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용이 일부 부풀려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바뀌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집단적인 정서나 주변인의 영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나 관계에 의해 사실과 다름에도 일관된 듯한 진술이 형성되는 경우다. 법원이 이 부분을 세밀하게 살피는 이유다. 최근 내가 맡은 사건도 그러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고, 이들 모두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피해자 모두 진술을 끝냈다. 의뢰인은 그중 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인정했지만, 나머
겨울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던 그날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떨리는 목소리의 노년 여성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여성의 아들은 음주운전 재범이었다.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판사가 크게 호통을 치고 검사 또한 구형을 강하게 하여 실형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건이 변호사 없이 진행된 채 이미 판결 선고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내게 연락해왔다. 사건 기록을 검토해보니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제출한 반성문이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을 부모의 마음은 알지만 반성문 내용이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변론의 논리를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었으며, 특히 몇몇 문구가 자식을 감싸려는 변명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선처를 구하는데 있어서는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법적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쳐야 했다. 나는 가능한 전략을 검토하며 밤을 새웠고 변론재개 신청을 했다. 다행히 변론재개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나는 즉시 움직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나는 어머님과 수차례 상담하며 합의 과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