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안녕하세요. 저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수감 중입니다.
죄명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며, 적용 법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 형법 제30조, 제48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제 범죄로 특정된 기간은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회사와 같이 근무 형태가 주 5일제였고, 추석 연휴 기간이 모두 휴무였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실제로 근무한 날을 계산해 보면 대략 30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제가 실제로 현금을 수거한 것은 체포되기 이틀 전의 2건뿐이며, 각각 1000만원과 1500만원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카페에서 대기만 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대기만 해도 하루 17만원의 일당이 지급되었습니다.
이러한 근무 형태로 저는 제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체포된 이후 수사 과정에서 저 역시 속았고 동시에 피해자분들 또한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애초에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절세를 위해 투자자들의 현금을 전달받아 거래처 직원에게 인계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고, 그 설명을 믿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국세청 사이트나 네이버 검색상으로도 정상적인 회사로 확인되었고, 회사 홈페이지까지 갖추고 있어 의심하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제 경우와 관련해 궁금한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게 적용된 법률 조항들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대비해야 하는지입니다. 둘째, 공소장에는 검찰이 제가 신원미상의 조직원과 범행을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억울한 심정입니다. 저는 공모한 사실도 없고, 공모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언을 구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입니다. 질문 주신 내용만을 근거로 한 답변이므로 실제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안내해 드립니다.
1. 법률 조항
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
우선 공소장에 적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은, 말 그대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즉, 검찰이 이 조항으로 기소한 이상, 질문자님을 전기통신금융사기 실행에 관여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1심의 핵심 쟁점이 정해집니다. 질문자님이 정말로 ‘사기 실행’에 해당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했는지(고의), 그리고 그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가담 정도)가 재판의 중심이 됩니다.
나. 형법 제30조(공동정범)
다음으로 형법 제30조(공동정범)가 붙은 이유는, 검찰이 ‘신원미상의 조직원들과 함께 범행을 공동으로 했다’는 틀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공동정범은 쉽게 말해, 둘 이상이 역할을 나눠 ‘같은 범죄를 함께 완성’한 경우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입니다. 공소장에 ‘공모’ 문구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와 연결됩니다. 검찰이 공모로 적었다고 해서 법원이 자동으로 ‘공모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1심에서는 결국 ① 질문자님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인식), ② 어떤 지시를 어떻게 받았는지(지시 구조), ③ 수상함을 알아차릴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의심 정황), ④ 그럼에도 계속했는지(미필적 고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래서 질문자님이 적어주신 사정은 1심 단계인 지금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의미가 있으려면, 그 디테일이 ‘증거로 확인되는 사실’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다. 형법 제48조(몰수·추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1항(범죄수익 등의 몰수) 및 제10조 제1항(추징)
이 법 조항이 함께 기재된 것은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된 금전이나 그에 준하는 재산에 대해 몰수 또는 가액추징을 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몰수·추징 규정은, 해당 혐의가 법에서 정한 ‘특정범죄’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서 적용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같은 취지로, 범죄수익 및 그 유래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두고, 몰수가 곤란하거나 부적절한 경우 가액을 추징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내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이 얼마인지”와 “검찰이 범죄수익으로 보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질문자님은 현금수거 2건(1000만원/1500만원)을 말씀하셨는데, 사건 기록에서는 종종 피해금 전체 흐름과 피고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어떻게 계산되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이 부분 역시 “내가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할수록 방어가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2. 대응 및 방어
질문자님이 가장 억울해하시는 ‘공모’ 부분 대처의 경우 1심에서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저는 몰랐습니다’라는 문장 자체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사정’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님 사연에서 보이는 방어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업무 구조가 비정상적 범죄조직의 전형과 얼마나 달랐는지입니다. 주 5일제, 추석휴무, 카페 대기, 대기만 해도 일당 지급, “절세를 위한 현금 전달”이라는 설명, 홈페이지와 검색 노출 등은 “겉보기 정상성”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다만 법원은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징후는 없었는지”를 묻습니다. 예컨대 지시 방식이 텔레그램 단독이었는지, 인계 방식이 지나치게 은밀했는지, 신분 확인을 피하라고 했는지, 현금 전달 과정에서 ‘피해자’를 직접 대면했는지, 피해자가 불안해하거나 이상한 말을 했는지 같은 부분입니다.
여기서 질문자님에게 유리한 자료는 “회사로 믿게 만든 자료”만이 아니라, 그 당시에 질문자님이 정말로 의심하지 않았다는 정황(일상 대화, 가족·지인에게 말한 내용, 근무 일정, 급여 입금 내역, 출퇴근 동선) 같은 것들입니다.
둘째, 현금수거가 2건뿐이라는 점을 ‘가담 정도’로 설득력 있게 구조화해야 합니다. 현금수거가 2건뿐이라는 점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검찰은 통상 “대기 역시 범행 기여”라고 반박합니다.
그래서 방어는 “2건뿐”에서 멈추면 안 되고, 그 2건의 성격(어떤 지시를 받았고, 어떤 말로 전달받았고, 어떤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사기임을 알아차릴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까지 정리되어야 합니다. 즉, 숫자는 출발점이고, 핵심은 그 숫자에 붙는 맥락입니다.
셋째, ‘속았다’는 주장과 ‘피해 회복’의 태도가 동시에 이루어려야 합니다. 억울함을 다투는 사건일수록 가족이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는, 설령 고의를 다투더라도 재판부는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봅니다. 합의가 최선이지만, 금액 차이로 합의가 끝내 안 되면, 그 과정(연락 시도, 제안 내역, 거절 사유, 분할 변제 제안 등)을 증빙 가능한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건 “유죄 인정”이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태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사건별로 다르니 표현과 제출 방식은 기록을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건 “기록을 읽고 쟁점을 뽑아, 증거와 진술을 한 방향으로 정렬해 내는 작업”입니다. “미필적 고의”를 어떻게 다툴지, “공동정범”을 어디에서 끊을지, “범죄수익”의 범위를 어떻게 좁힐지, “정상회사로 믿게 된 사정”을 어떤 자료로 입증할지에 따라 1심의 그림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사안은 ‘억울함’을 말로만 주장하면 거의 통하지 않는 구조이지만, 질문자님이 적어주신 디테일이 증거로 정리만 되면 방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리의 정확도입니다. 공소장에 적힌 ‘공모’를 반박하는 방법은, “공모하지 않았습니다”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공모라고 볼 수 없는 구체적 사정을 차곡차곡 쌓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