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선고 이후 피고인이 마주하는 항소심의 무게는 실로 무겁다. 특히 형사 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법정 구속된 피고인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게 되지만, 담장 안이라는 물리적 제약은 방어권 행사를 더욱 가혹하게 제한한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1심 판결에 내재한 사실 오인과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감정이 아닌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경찰 수사 현장 최일선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며 직접 목격해 온 현실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예단이나 고소인의 일방적 진술이 판결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았다.
특히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사건일수록 피고인은 이미 ‘가해자’로 규정된 상태에서 방어를 시작하게 되는 구조적 불균형에 놓인다. 이러한 왜곡된 출발선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핵심 과제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기초로 심리하는 사후심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단순한 억울함의 호소는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항소심에서 요구되는 것은 감정이 아닌 논리다.
첫째,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간과되었거나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진술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실관계가 확대·변형되거나 새로운 요소가 덧붙여진 양상을 명확히 드러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둘째, 객관적 증거에 대한 입체적 재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술 중심의 기울어진 판단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미 제출된 증거는 물론, 누락되었거나 소홀히 다뤄진 증거까지 포함해 사건 전체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적 확인을 넘어 상대방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불능 상태나 논리적 공백을 드러내는 출발점이 된다.
아울러 CCTV 영상의 사각지대, 통화 내역의 빈도와 공백, 메시지의 문맥 등 디지털·비언어적 증거 역시 유죄의 정황이 아니라 무죄를 뒷받침하는 사후 정황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1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인적 증거의 발굴 역시 중요하다. 주변 목격자나 제3자의 진술은 기록상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증거가 될 수 있으며, 사건의 실체를 가장 생생하게 복원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셋째, 법리적 쟁점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원칙은 항소심에서도 결코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 1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했거나 사실을 오인한 지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고의의 인정 여부나 정당방위 성립 가능성 등 사건의 핵심 법리를 중심으로 합리적 의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억울한 판결은 한 개인의 명예와 삶 전체를 송두리째 파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고나 허위 진술에 대한 수사는 피의 사건에 비해 현저히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피고인은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내몰린다.
수사 실무를 경험하며 가장 경계했던 지점 역시 수사기관의 예단이었다. 피의자의 진술이 시작부터 ‘변명’으로 규정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치밀한 법적 조력이 필수적이다. 진실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동일한 무게로, 무고한 피고인의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법의 정의다.
항소심은 결국 기록과의 싸움이다. 방대한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 속에서 단 하나의 모순을 찾아내는 작업이 판결의 향방을 가른다. 구속된 상황에서도 가족과 주변인의 협조를 통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모두가 피고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상황일지라도, 법 앞의 평등을 위해 끝까지 논리로 맞서는 것이 변호인의 존재 이유다. 1심의 결과에 매몰되기보다 항소심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통해 진실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치밀하고 냉정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