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제압했는데 역고소…‘정당방위’ 어디까지 인정될까?

정당방위 성립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
침해가 끝난 뒤 대응은 정당방위 어려워

 

지난 2일 그룹 나나(본명 임진아)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오히려 나나를 상대로 살인미수 등 혐의로 역고소하면서 형사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6시쯤 경기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흉기를 든 30대 남성 A씨는 사다리를 이용해 베란다로 올라간 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주거지에 침입했다. A씨는 집 안에서 나나의 어머니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의 비명을 들은 나나는 잠에서 깨어나 A씨를 막으려 나섰고, 몸싸움 끝에 나나와 어머니는 A씨의 팔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나나의 어머니는 한때 의식을 잃을 정도의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 후 회복했으며 나나 역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 A씨도 제압 과정에서 턱 부위에 열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 A씨의 행위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고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나나와 모친이 행사한 물리력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형법 제21조 제1항이 규정한 정당방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나나 모녀를 입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구속 수감 중 나나를 상대로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역고소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오히려 피해자를 형사책임의 대상으로 문제 삼으면서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당방위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법원은 △상대방의 행위가 위법한 침해인지 △그 침해가 현재 진행 중이었는지 △방어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방어 수단이 침해 정도를 현저히 초과하지 않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침해가 종료된 뒤의 보복이나 과도한 대응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흉기를 들고 주거지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행위는 다소의 물리력이 수반되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은 지난달 23일 입주민 정모 씨(60대)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흥분한 자신을 말리기 위해 팔을 잡자, 직원의 팔과 목을 기둥에 세게 밀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상대방의 물리력에 대응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을 제지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방어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씨에게 과거 폭행 전력이 있었던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정당방위 인정 여부는 단순히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방어의 필요성과 정도, 상황의 긴급성, 대응 수단의 비례성이 핵심이다. 법조계에서는 관리·제지 목적의 신체 접촉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방어가 아니라 상호 폭행이나 과잉방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판단 기준은 여론의 분노나 도덕적 감정이 아니라, 구성요건과 위법성, 그리고 그에 대한 입증”이라며 “나나 사건처럼 명백한 침해 상황에서의 제압은 법이 보호하지만, 사소한 제지에 대한 과격한 대응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방위의 기준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법이 허용하는 선을 넘었는지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