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송정 저수지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이 확정된 장동오씨 사건을 대리해 온 박준영 변호사가 형집행정지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단으로 활동 중인 박 변호사는 “현장의 긴급성과 특수성이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며 교정행정 전반에 검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씨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그는 “장동오 선생님은 2024년 4월 2일 오후 5시에 돌아가셨다”며 “첫 재심 공판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재심 결심공판 출석을 위해 군산교도소에서 해남교도소로 이감된 직후, 정기 검진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항암치료가 시작됐지만, 독한 항암 치료를 견딜 체력이 부족해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박 변호사는 “사망 전날 오전 중환자실에서 장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뵀다”며 “앞으로의 재판 절차를 설명하며 꼭 이겨내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중환자실에 있던 장씨의 왼손과 왼발에는 수갑이, 오른발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다”며 당시 촬영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형집행정지 결정권이 검찰에 집중된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사경을 헤매는 사람에게 남겨진 ‘최후의 안전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갉아먹는 장면으로 보였다”며 “현장에 있던 교도관도 안타까워했지만 형집행정지를 풀어줄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발목에 느슨하게 채워진 수갑은 교도관이 가질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형집행정지는 수형자의 생명이나 건강이 현저히 위태로운 경우, 또는 임신·출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은 검사가 형집행정지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71조의2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보안 사고와 교화의 문제는 교정공무원이 책임지는데, 집행의 최종 결정권은 검사에게 집중돼 있다”며 “책임 행정의 원칙과 어긋난다는 교정행정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장씨에게는 사망 직전까지 형집행정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생명이 위독하거나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는 심의위원회 심의 없이도 결정할 수 있음에도 형집행정지는 사망 당일에야 내려졌다”고 했다.
이어 “수용 현장의 긴급성과 특수성은 ‘지금 여기’에서 판단돼야 하는데 제도는 이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재심이 확정된 이후에도 장씨는 곧바로 석방되지 못했다. 형집행정지 결정이 지연되는 사이, 장씨는 2024년 4월 2일 오전 형집행정지가 결정됐고 같은 날 오후 5시 숨졌다.
박 변호사의 문제 제기는 형집행정지 제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교정행정 전반에서 검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형 집행의 전 과정에서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며 교정행정의 실질적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구속 집행 단계부터 수감시설 배정, 처우 결정, 형집행순서 변경, 사면 제청에 이르기까지 검사의 판단이 개입하는 구조다.
교정시설 내 일상적 관리와 안전, 교화의 책임은 교정공무원이 지고 있음에도, 집행의 개시·변경·중단과 관련된 판단은 검찰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구조”라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 공개의 취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 사진은 개인의 비극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과 결정권이 분리된 교정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라며 “사경을 헤매는 수용자 앞에서도 교도관은 재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검찰)개혁의 설계가 중앙의 언어에만 머물면 가장 절박한 현장은 늘 뒤늦게 반영된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에 즉시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함께 고민하며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동오씨는 2003년 ‘송정 저수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복역해 왔다. 그는 줄곧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을 뿐 살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으며, 2022년 9월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장씨의 재심 결심공판은 오는 21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