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불륜을 입증하기 위해 상간 소송 증거를 수집하던 아내가 성범죄자로 처벌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사상 위자료 청구에서는 승소했지만, 증거 수집 과정에서 한 행동이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면서 ‘상간 소송의 역설’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법 촬영(성폭력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협박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과 함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을 명령했고, 주거침입 및 협박에 대해서도 각각 벌금 200만원씩을 추가 선고했다.
A씨는 남편과 2012년 만나 3년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남편이 기존 대학을 중퇴하고 의과대학에 재진학하면서 A씨는 약 10년간 외벌이로 가계를 책임졌다고 한다.
이후 남편은 인턴 과정을 마친 뒤 3년 전부터 병원에서 페이닥터로 근무해 왔는데, A씨는 사소한 말다툼 이후 남편이 돌연 가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두 자녀는 각각 생후 30개월과 16개월이었다.
A씨는 남편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퇴근 시간대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중 남편이 병원 직원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A씨는 “두 사람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올라갔고 다음 날 아침에도 함께 병원으로 출근하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남편은 A씨의 항의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 이혼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상간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남편과 상간녀가 함께 펜션에 들어간 뒤 옷을 벗은 상태로 외부 수영장에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고, 해당 장면과 다음 날 차량 안에서 키스하는 모습 등을 촬영해 상간 소송의 증거로 제출했다.
결국 A씨는 상간 소송에서 승소해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남편과 이혼한 뒤 두 자녀에 대한 양육권도 확보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상간녀는 A씨를 성범죄 혐의로 고소했다. 문제는 A씨가 발코니에서 나체 상태의 상간녀를 촬영한 행위였다. A씨는 “상간 소송에서 승소하는 데 사용한 증거들이 오히려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촬영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핵심은 촬영자의 동기나 목적이 아니라, 촬영 대상과 촬영 방식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등과 엉덩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불륜 입증 목적이거나 유포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명시적인 나체 장면이 포함되거나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된 촬영의 경우, 촬영 의도와 무관하게 처벌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증거 확보를 위해 상간녀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출입한 행위도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이라 하더라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관리되고, 거주자의 주거 평온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 주거침입의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 주차장 등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라면 주거의 평온을 해칠 수 있어 침입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상간 소송을 준비할 때 △공개된 장소에서의 동선 확인 △합법적 절차에 따른 CCTV·자료 확보(증거보전 신청 등) △문자·통화 내역 등 적법한 범위 내 자료 수집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대방 주거지 무단 출입, 나체 촬영, 위협성 메시지 전송 등은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 형사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 변호사는 “상간 소송은 ‘배신의 증거’를 확보하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형사법은 그 과정에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주거의 평온을 침해했는지를 별도로 판단한다”며 “불륜 입증 목적이 있더라도 나체 촬영이나 주거지 무단 출입, 가족·직장에 대한 암시성 압박은 곧바로 형사 사건으로 번질 수 있어 초기부터 적법한 증거 수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간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남편이 대신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간녀는 남편에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 또는 금전적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전부 부담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고, 남편이 이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라며 머그샷 촬영을 하러 오라고 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눈물이 쏟아졌다”며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간녀는 한 가정을 파괴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데, 피해자인 나는 성범죄자가 돼 머그샷까지 찍어야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