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 운영진 ‘재임명’한 유명 커뮤니티…피해자는 활동 정지

운영규약엔 ‘문제회원 제재’ 명시
피해자 “타 운영진 2차 가해 중”

 

회원 수 수만 명 규모의 국내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단을 받은 운영진이 복귀한 반면 피해자는 활동 정지 조치를 받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법원이 성희롱 범죄를 인정했는데도 운영진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식으로 가해자 책임을 흐리고 있다”며 “피해자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김은지 판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약식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약식명령은 서면 심리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불복할 경우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처벌이 확정된 상태다.

 

A씨는 이 커뮤니티 운영진 중 한 명으로, 여성 회원 B씨에게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연락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법원 명령문에 따르면 A씨는 통화 중 여성의 신체와 속옷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 “너희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등의 발언을 해 B씨에게 혐오감과 불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의 반복된 성적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문제는 처벌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운영진이 공개 게시판에 “사건에 대한 추가 언급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지를 올려 회원들의 문제 제기를 차단한 것이다.

 

A씨 역시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여자 회원이라 잘 챙겨줬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해 사실상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인상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B씨는 운영진 비판을 이유로 활동이 정지됐다. 그는 “가해자의 범죄를 축소하고 피해자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커뮤니티 전반에 퍼지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자 운영진은 연락을 끊고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최근 가해자가 다시 운영진으로 재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커뮤니티는 대기업 후원을 받아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할 만큼 외형적으로는 공신력을 갖춘 곳으로 알려졌다. 운영규약에도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회원에게 활동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회원들은 운영진의 침묵과 가해자 비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현재까지 A씨나 운영진 측의 공식 사과나 구체적인 해명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