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살해 판결 분석해 보니…피해자 대부분 생후 수개월 영아

반복 학대·재범 여부 따라 형량 차이

 

생후 9개월 된 아들이 운다는 이유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30대 친부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영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피해 아동의 상당수가 생후 수개월 영아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영각)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생후 9개월 된 아들 C군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부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4개월 무렵부터 학대를 지속했다”며 “결국 생후 9개월 된 아이의 턱과 목 사이를 무릎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살해 판결 10건 분석…피해자 대부분 영아


더 시사법률은 리걸테크 플랫폼 엠박스를 통해 최근 선고된 아동학대 살해·치사 사건 판결 1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피해 아동의 상당수가 만 1세 미만 영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생후 며칠 된 신생아가 방치 끝에 숨진 사건을 비롯해 생후 2주 전후 영아 사건 1건, 생후 2~3개월 영아 사건 2건, 생후 3~5개월 영아 사건 1건, 생후 10개월 전후 사건 5건 등이 확인됐다. 반면 만 2세 전후 아동 사건은 1건에 그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분석 대상 사건 10건 가운데 대부분이 생후 수주에서 10개월 사이의 영아 사건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영아가 신체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학대 범죄에 특히 취약한 연령대라고 보고 있다.


아동학대 살해·치사 구별 기준은 ‘고의성’


법률적으로는 아동학대살해인지, 아동학대치사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아동을 학대해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학대 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한다.

 

판단의 핵심은 살해의 고의 여부다.  법원은 직접적인 살해 의도가 없더라도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행위를 계속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1년 대전고등법원도 아동학대 살해 사건에서 “범행의 경위와 수단, 공격 부위, 반복성, 범행 이후의 태도 등을 종합해 사망 결과를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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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쟁점은 보호자의 부작위 책임이다. 보호자가 구조나 치료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유죄 판결 시 아동학대 재범을 막기 위해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을 함께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는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규정하고 있고,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은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판결 경향을 보면 영아 대상 학대 사건에서 질식이나 목 압박, 머리 부위 폭행 등 치명적인 행위가 반복되는 특징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영아는 신체적으로 매우 취약해 비교적 짧은 시간의 폭력이나 압박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원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양형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영아 학대 사건의 예방을 위해 부모와 보호자의 양육 스트레스 관리 체계와 조기 신고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