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수수료 구조를 악용해 반복 출금으로 수익을 챙긴 업주들에게 사기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사람을 직접 속이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 사람의 착오로 재산 처분이 이뤄졌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등 3명에게 벌금 400만~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 등은 서울 관악구와 서초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안마시술소와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며 업소 내 ATM을 설치한 뒤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반복 출금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카카오뱅크 계좌에 있던 자신의 예금을 업소 내 ATM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반복했다. 하루 50여 회에서 많게는 600여 회까지 1만원씩 인출하는 방식으로 약 두 달간 8000~1만 회 거래를 이어갔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고객 유치를 위해 ATM 출금과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는 대신 ATM 운영사에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운영했다. 업주들은 ATM 이용 건당 약 400원을 정산받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박씨 등은 이 구조를 이용해 거래를 반복했고 카카오뱅크는 약 1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운영사에 지급했다. 이들은 그중 일부를 정산받아 수익을 얻었다.
쟁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사람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가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 재산적 처분을 하는 사람이 착오에 빠졌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즉 자동 처리된 거래라도 사람의 판단과 재산 처분에 영향을 미쳤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이 사건을 정상 거래가 아닌 ‘비정상적 이용 행태’로 봤다. 수수료 면제 정책은 통상적인 이용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피고인들은 이를 수수료 수익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 반복 거래를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와 유사한 판례도 있다. 2019년 전주지방법원은 ATM 수수료 면제 구조를 악용해 1만원씩 반복 출금한 사건에서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피고인들은 2개월간 총 3만 8262회를 출금해 약 3900만원의 수수료가 지급되도록 했고 그중 일부를 정산받았다.
재판부는 비정상 거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부작위 기망’으로 판단해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보처리 시스템을 이용한 거래라도 그 결과 사람의 착오로 재산 처분이 이뤄졌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라면서 “특히 거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지위에서 비정상적 이용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은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식상 정상적인 금융 거래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이 수수료 이익을 노린 반복·비정상적 거래라면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이나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이용한 거래는 의도성과 반복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