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파 협박’ 강경 대응한다…소액 피해도 손배 청구 방침

공중협박죄 11건 송치·11건 수사 중
손배소 1건 진행·4건 추가 제기 예정

 

경찰이 폭파 협박 등 공중협박 범죄에 대해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회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해액을 산정해 검거 이후 민사소송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서울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폭파 협박이 발생하면 최소 15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금액이 크지 않거나 아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사건이라도 피해액을 산정해 두고, 검거 시 형사처벌과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폭파 협박이나 자폭 예고, 온라인 살인 예고 등 공중의 불안을 유발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형사 처벌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중협박 사건과 관련해 이미 손해배상청구소송 1건이 진행 중이며 추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접수된 공중협박 신고 22건 가운데 11명의 피의자를 검거해 송치했고 김포공항 자폭 예고 사건을 포함한 나머지 11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대응의 형사법적 근거는 지난해 신설된 공중협박죄 규정이다. 형법은 2025년 3월 18일 개정을 통해 공중협박죄를 새로 도입했다.

 

형법 제116조의2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과 미수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같은 개정으로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드러내 공중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도 신설됐다. 형법 제116조의3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드러내 공중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중협박죄가 도입된 배경에는 기존 협박죄 적용의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협박죄는 개인의 의사결정 자유를 보호하는 범죄로 협박의 상대방이 특정돼야 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이나 폭파를 예고하는 게시글의 경우 협박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이러한 한계가 지적된 바 있다. 2025년 수원지방법원은 게시글을 통해 여성과 노인, 어린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을 게시한 사건에서 협박죄 적용에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협박죄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로 협박행위에는 상대방의 존재가 전제된다”며 “협박행위의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협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을 올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결국 입법으로 이어졌다. 형법 개정 당시 입법 이유에서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범죄를 예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를 직접 처벌할 규정이 없어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공중협박죄 신설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다만 경찰이 추진하는 손해배상 청구 방식은 실무적으로 또 다른 쟁점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중협박 사건에서 투입된 경찰력과 시설 통제 비용, 장비 사용 비용 등을 손해로 산정해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지만 손해 범위와 인과관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소송 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 보수까지 손해로 청구하는 경우 법원이 이를 인정할지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판례는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와 변호사 비용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공중협박 범죄는 상습 가중처벌과 미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반복적인 모방 범죄나 공동 가담 사건에서는 형사 책임 범위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상 부담 비율 문제도 함께 논의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구체적인 손해 산정 방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민의 박세희 변호사는 “경찰이 실제 손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건별로 투입된 비용을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부업체 점검 비용이나 실제 지급된 초과근무 수당, 교통 통제 시설비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법적 다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파 협박 사례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19 안전신고센터에 인천국제공항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고 이달 중순에는 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포공항에서 자폭하겠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폭파 협박 신고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청장은 “공중협박은 시민 불안을 조성하고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는 범죄”라며 “형사 처벌과 민사 책임을 함께 묻는 방식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은 이와 함께 ‘서울 교통 리디자인 프로젝트’에 이어 ‘기본질서 리디자인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 신고와 관계기관 협력을 바탕으로 음주소란이나 위험 시설, 낙후된 생활환경 등 일상 공간의 무질서를 개선하는 참여형 치안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청장은 “불법 집회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평화적이고 준법적인 집회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관리하겠다”며 “확보된 경찰력을 민생 치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달부터는 시민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에서 불편과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