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집에 불 질렀는데…현주건조물방화 성립될까

인명 피해 없어도 주거 건물 방화는 중범죄

 

연인과 헤어진 뒤 생활고를 비관해 자신이 거주하던 집에 불을 지른 5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살던 집에 불을 질렀을 경우에도 현주건조물방화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법원은 주거 건물 방화 자체의 위험성을 중하게 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9일 오후 5시10분께 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자신이 임차해 살던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동거하던 연인과 결별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로 해당 주택 한 호실 내부가 전소되면서 약 49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형법 제164조는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에 불을 놓아 소훼한 경우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방화 범죄 가운데서도 가장 무겁게 처벌되는 범죄다.

 

현주건조물방화죄 쟁점은 건물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주거로 사용되는 건물인지’ 여부다.

 

즉 자신이 소유하거나 임차해 살던 집이라 하더라도 다세대주택이나 공동주택처럼 다른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이라면 화재가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실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죄의 성립 여부와는 별도로 판단된다.

 

방화 사건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방화의 고의’다. 피고인이 “홧김에 그랬다”거나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불을 붙인 방법과 장소,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최소한 건물이 불탈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실제로 2022년 의정부지방법원은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건조물을 소훼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필요하지만, 그 고의가 반드시 계획적이거나 확정적일 필요는 없다”며 “행위자가 그 결과 발생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사건에서도 방화의 위험성과 범행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 대한 방화는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범죄로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방화 범죄의 위험성과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화 사건에서 범행 동기보다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성이 더 크게 평가된다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현주건조물방화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 불을 지르는 범죄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형법상 강하게 처벌되는 범죄”라며 “실제 인명 피해가 없더라도 범행 자체의 위험성이 커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고나 감정적 충동이 범행 동기로 제시되더라도 방화 범죄는 공공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로 평가되기 때문에 양형에서 크게 참작되기 어렵다”며 “주거 건물 방화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 여부나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형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