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체결된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지 10여 년 만에, 하급심에서 기존 전합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법무법인 위가 의뢰인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3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자유로운 위임계약에 기초한다”며 “이에 부수한 성공보수 약정 역시 강행규정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허용 여부와 적정성은 사건의 성격, 보수 산정 방식, 약정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또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저지른 부정행위를 변호사법이나 청탁금지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하는 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부정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형사사건 성공보수에서 말하는 ‘성공’의 개념 역시 무죄 선고에 한정되지 않고, 보석·구속취소·감형·집행유예·불기소 등 사건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며 “보수 구조 자체가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개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에서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을 맡은 법무법인은 2020년 추가 약정을 통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거나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변경돼 인정되거나 ▲공소장 변경 없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인정돼 벌금형 또는 선고유예가 선고될 경우 해당 판결이 최종 확정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30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받기로 했다.
이후 A씨는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약정한 3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법무법인은 약정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정선희 판사는 지난해 5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그대로 적용해 해당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뢰인이 기존 전합 판례를 방패로 삼아 계약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합 판결 이후 형사사건 실무에서 성공보수를 대신해 착수금을 과도하게 높이거나 별도의 자문계약 형식으로 우회하는 관행이 보편화된 점도 언급하며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사회 정의와 변호사 윤리 확립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A씨는 지난 26일 상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