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하범들의 눈물

사기죄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공모’와 ‘고의’ 따라 죄명 달라져
형량 이후 ‘금융 제한’도 고려해야
공소장 변경 실익 따른 대응 필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순한 전화를 넘어 메신저 피싱,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지인 사칭 등 그 수법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범죄 조직은 갈수록 지능화되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정작 몸통인 ‘총책’은 해외에 숨어 검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려드는 이들은 대개 국내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바 ‘장집(통장 공급자)’, ‘현금인출책’, ‘현금수거책(전달책)’들이다. 최근 변호사로서 관련 사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피고인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에 관한 것이다.

 

같이 잡힌 친구는 죄명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인데 본인은 왜 형량이 더 높고 무거운 ‘사기죄’인지, 피해자를 직접 속인 적도 없는데 억울하다는 호소다. 겉보기엔 비슷한 가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왜 누구는 사기죄로, 누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죄명을 가르는 핵심 잣대는 결국 기망책(총책 등)과의 ‘공모 여부’다. 더 구체적으로는 ‘사기 방조의 고의’ 내지 ‘미필적 인식’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판례의 경향을 보면 본인의 행위가 단순한 심부름을 넘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기죄(혹은 사기방조죄)의 굴레를 쓰게 된다.

 

반면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단지 금융거래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절차상의 위법성 정도만을 인식했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의율될 가능성이 높다.

 

즉 ‘사기의 결과물’임을 알고 움직였느냐 아니면 ‘불법적인 금융 거래’ 정도로만 생각했느냐의 차이가 법적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고인들은 사기죄가 더 무거운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법정형만 놓고 보면 사기죄는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2025년 12월 23일 개정 전에는 10년 이하)을 선고할 수 있어서 매우 위중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반드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먼저 부수되는 벌금 규정을 주목해야 한다. 사기죄는 징역형과 별개로 벌금이 병과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범죄수수료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위 ‘벌금 폭탄’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더불어 금융 거래상의 제약도 치명적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의율될 경우 피고인의 모든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는 물론, 향후 상당 기간 신규 계좌 개설 및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원천 봉쇄된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 활동의 발이 묶이는 것은 징역형만큼이나 고통스러운 형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사기죄가 무겁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의율이 더 낫다고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는 변호사와 함께 범죄 가담 경위, 가담 정도, 피해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죄명으로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실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물론 죄명을 결정하는 것은 검찰 고유의 권한이지만, 피고인에게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통해 재판부에 법리적 재검토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사기’로 기재했던 죄명을 재판 과정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변경한 사례가 적지 않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 1. 10. 선고 2024고합330 등 판결 참고).

 

또한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없이도 직권으로 죄명을 정정하여 선고한 사안도 존재한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 7. 24. 선고 2025고합133 판결 참고). 본인이 사기죄로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절망하거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

 

수사 단계부터 재판 단계까지 자신의 인식이 어디까지였는지를 논리적으로 소명하고 공소장 변경의 실익을 따져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건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알았는가’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싸움이다. 무

 

거운 징역형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소 후의 삶을 결정짓는 금융 제한과 벌금 문제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사건 초기부터 전문가와 함께 치밀한 법리 검토를 거치는 것만이 최선의 대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