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함께 검거된 사람들인데도 적용되는 죄명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사기죄로, 다른 누군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기소된다. 겉으로는 비슷한 역할을 했는데 왜 법적 평가가 달라지는 것일까?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메신저 피싱,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지인 사칭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범죄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총책은 해외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인물은 대부분 국내에서 실무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통장 공급자, 현금 인출책, 현금 전달책 따위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피해자와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위가 사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어떤 죄목이 적용될까?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주로 문제 되는 죄명은 사기죄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이다. 겉보기에는 유사한 가담 행위라도 두 죄명은 법적 평가가 크게 다르다.
두 죄를 구분하는 기준은 '범행에 대한 공모 여부'와 '범행 가담 인식'이다. 즉 스스로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요소이다.
실무에서 이것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자. 판례는 가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된 돈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돈이 보이스피싱 범죄로 취득된 것임을 인식했다면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보이스피싱 범행 자체에 대한 인식 없이 단순히 금융거래 과정의 위법성 정도만 알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형벌 규정도 차이가 있다. 사기죄는 최대 2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규정되어 있다. 다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은 별도의 벌금 규정이 병과되는데, 범죄수수료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이 그것이다.
또 다른 차이는 금융 거래 제한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처벌될 경우 관련 계좌는 지급정지 대상이 되고 일정 기간 신규 계좌 개설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금융 사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 구조 속에서 다양한 역할이 분담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가담자의 행위와 인식 정도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법적 판단을 통해 피해 확산을 막는 동시에 범죄 가담 행위에 대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