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끌어모아 대포통장 넘긴 30대…통장 명의자 처벌 가능성은

대가 받고 계좌 제공하면 유죄 인정 사례 다수

 

범죄 조직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집해 전달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통장을 제공한 계좌 명의자들의 형사 책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형사2단독 정지은 부장판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지인 등을 통해 확보한 대포통장 6개와 해당 계좌의 모바일뱅킹이 가능하도록 연동된 휴대전화, OTP 등 접근매체를 범죄 조직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A씨는 경북 포항 지역에서 활동하던 모집 총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확보해 오면 250만~35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인들에게 “계좌 하나당 2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통장을 모집했고 확보한 계좌와 접근매체를 버스 수화물 택배 방식으로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이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으로부터 계좌 한 개당 200만~25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다른 인물에게 추가 모집을 지시한 뒤 대포통장과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서 “피고인은 자신이 모집한 대포통장과 접근매체가 각종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과거에도 같은 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집된 계좌 수가 많지 않고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A씨에게 통장을 제공한 계좌 명의자들의 법적 책임 범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포통장 범죄의 핵심 처벌 근거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규정한 ‘접근매체’ 양도·대여 금지 규정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 체크카드, OTP, 비밀번호 등 계좌 접근수단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장 명의자가 스스로 통장이나 OTP, 비밀번호 등을 넘긴 경우에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등 범죄에 사용된 경우 금융당국에 의해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돼 일정 기간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모든 통장 제공 행위가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통장 명의자가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대출 절차라고 속아 통장을 넘긴 경우처럼 범죄 이용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반대로 통장 제공 대가로 금전을 받았거나 범죄 조직과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부산지방법원은 2025년 대포통장을 전달하거나 유통한 사건에서 접근매체 양도 행위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등 다양한 범죄에 활용되는 수단으로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포통장 범죄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도박 등 다른 범죄의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아 통장 모집책뿐 아니라 계좌를 제공한 명의자에게도 일정한 법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계좌 명의자가 통장을 넘기면서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여부와 금전 대가 수수 여부 등이 처벌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며 “범죄 이용 가능성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제공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