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 도박, 국내서도 처벌될까”…형사처벌 가능성은

해외에서도 형법 적용…‘속인주의’ 원칙
형법상 도박의 요건…‘재물’과 ‘우연성’

 

해외여행지에서 카지노를 방문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현지에서는 합법인 경우도 많다 보니 “외국에서 했으니 괜찮겠지”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지난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롯데 자이언츠 소속 선수 4명이 대만 현지 도박장 출입 논란에 휩싸이면서 고발장이 접수되었다.

 

2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장에는 도박 혐의와 함께 현지 도박장에서 11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수령했다는 의혹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일부 선수가 현지에서 문제가 된 장소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귀국 조치와 함께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한 도박은 국내에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해외에서 했어도 형법 적용…‘속인주의’ 원칙


해외에서의 도박이 법적으로 가장 먼저 따져볼 부분은 ‘해외에서 한 행위’가 국내 형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범한 죄에 대해서도 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행위 장소가 해외라 하더라도 행위자가 내국인이라면 국내 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해외 체류 중 카지노에 출입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도박’ 행위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재물’ 걸고 ‘우연’에 승패…관람만으로는 부족


형법상 도박은 단순한 관람이나 유흥이 아니라,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득실을 다투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민국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일시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대법원은 도박에서 말하는 ‘우연’에 대해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해 왔다. 실력이 일부 작용하더라도 우연성이 개입되면 도박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2008년 대법원은 이른바 ‘내기 골프’ 사건에서 참가자들이 홀마다 돈을 걸고 수차례 경기를 한 행위에 대해 도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골프가 기량에 크게 좌우되는 운동이라 하더라도 매 홀의 결과를 완전히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재물은 반드시 현금일 필요는 없다. 칩이나 포인트처럼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거나 경품 등으로 교환되는 구조라면 ‘재물’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6도736). 따라서 실제 베팅이 있었는지, 경품이 단순한 홍보용이었는지, 아니면 승패의 대가였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일시오락’ 예외…반복성·규모가 판단 기준


형법은 일시오락에 불과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일시오락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도박의 시간과 장소, 판돈의 규모,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상태, 행위 경위, 이득의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왔다.

 

이번 사안 역시 선수들이 실제로 금전이나 칩, 포인트 등 가치 있는 재물을 걸었는지, 110만 원 상당의 경품이 승패에 따른 대가였는지, 반복적 방문이나 상습성이 있었는지 등이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는 국가에서 행위가 이뤄졌더라도, 내국인이라면 국내 형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다만 단순 동행이나 관람에 그쳤다면 도박죄 성립은 쉽지 않다.

 

결국 “해외에서 했으니 괜찮다”거나 “해외 원정 도박은 무조건 처벌된다”는 식의 단정은 어렵다. 실제 베팅이 있었는지, 그 규모와 반복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